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희토류 프레임워크에는 희토류 채굴 및 가공부터 공정 가격 책정과 비축, 안정적 공급망 구축까지 전방위적인 협력 내용이 망라됐다. 미국은 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금에서 절반 이상을 전력 사업과 에너지 개발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무역 협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일 핵심 광물 공급 안보 신속 대응 그룹(Rapid Response Group)’의 설립이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일본 경제산업상 주도로 만들어질 이 조직은 우선순위 광물과 공급 취약성을 파악하고 가공 광물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세부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와 함께 양국은 향후 180일 내 광업·광물·금속 투자 장관 회의를 소집해 희토류 관련 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희토류 채굴 및 가공 과정에 양국 정부와 민간이 보조금, 보증, 대출, 지분 투자 등으로 지원한다. 영구자석, 배터리 등의 파생 제품을 포함한 희토류 공급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하기로 했다. 아울러 향후 6개월 내 선정된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제공해 미일 구매자에 최종 제품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유사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에도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산 저가 희토류를 막기 위해 공정 경쟁 및 가격 책정 메커니즘을 마련, 책임 있는 채굴·가공·무역의 실제 비용을 반영한 고기준 시장을 확립하고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달 25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 유예하고 미국은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를 철회하기로 하면서 미중 간 긴장은 다소 완화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중국이 언제라도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들고 숨통을 조일 수 있는 만큼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희토류 동맹을 연달아 체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금융 지원, 무역 조치, 원자재 비축 및 프로젝트 투자까지 잠재적 협력 분야를 광범위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양 정상이 서명한 ‘미일 동맹의 새 황금기를 향한 협정 이행’ 문서에서는 7월 22일 체결된 미일 무역 합의와 9월 4일 발표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양 정상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미일 동맹의 새 황금기를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라”고 해당 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블룸버그는 “문서 내용은 매우 간략하며 양국이 관세 및 투자 협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여전히 다듬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5500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 전력 사업과 에너지 개발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에 따르면 연내 전력 분야에서 제1호 투자 안건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 등 안보 문제도 핵심 의제에 올랐다. 앞서 미국은 일본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올릴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24일 국회 연설에서 일본의 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을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서 2025회계연도로 2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GDP의 1.8% 수준인 2025회계연도 방위비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러한 방위비 인상 사전 작업들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군사 역량을 매우 실질적으로 늘리고 있음을 안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군사 장비에 대한 당신들의 주문을 받았다”며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의 F-35 전투기에 사용할 미국산 미사일을 일본에 인도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도 만나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백악관 풀기자단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그들(납북 피해자)과 함께한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