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서풍

이육사





서리빛을 함북 띠고



하늘 끝없이 푸른 데서 왔다

강바닥에 깔려 있다가

갈대꽃 하얀 우를 스쳐서



장사의 큰 칼집에 숨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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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가는 손의 돛대도 불어주고

젊은 과부의 뺨도 희든 날

대밭에 벌레소릴 가꾸어놓고

회한을 사시나무 잎처럼 흔드는

네 오면 불길한 것 같어 좋아라

서리빛을 띠었다지만 함북이라는 말 넉넉해서 좋다. 하늘 끝없이 푸른 데서 왔다니 우리의 출생처럼 신비롭다. 강바닥에도 깔려 있다가 갈대꽃 위도 스친다니 장난꾸러기 같다. 장사의 칼집에도 숨었다니 큰 뜻 품은 듯 듬직하다. 귀향하는 돛대 밀어주니 자상도 하다. 젊은 과부의 뺨을 빛내고, 사시나무의 회한마저 풀어주다니. 다정한 서풍에 안기고만 싶은데 시인이여. 평온 속에 먼저 예감하는 이여. 불길한 운명을 두 팔 벌려 맞는 배포여.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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