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10년째 백반집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 씨는 요즘 장부를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달에만 100㎏ 넘게 쓰는 쌀값이 눈에 띄게 뛰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예전엔 4만 원대였던 20㎏ 쌀 한 포대가 이제 6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공기밥 1000원으론 도저히 감당이 안 돼 가격을 올릴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28일 기준 쌀 20㎏ 소매가격은 6만 5286원으로, 1년 전(5만 992원)보다 약 28% 올랐다. 한 달 전(6만 2478원)과 비교해도 4.5% 높은 수준이다. 쌀값이 최근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점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가 올해 가격 상승의 기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가을장마로 햅쌀 출하가 늦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벼 ‘깨씨무늬병’이 확산되면서 공급 불안이 겹쳤다. 이 같은 요인들이 맞물리며 쌀값이 장기적으로 안정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소비자 부담이다. 특히 식자재를 대량으로 쓰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전엔 쌀값이 4만 원대라 걱정이 없었는데 최근 8만~9만 원까지 뛰어 특등급은 꿈도 못 꾼다”, “김밥 한 줄 가격을 올리고 싶어 미칠 지경”, “공기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해야 할지 고민” 등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중심으로 공기밥 추가 주문이 급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업주는 “1인분만 주문해놓고 공기밥을 5~6개씩 추가하는 손님도 있다”며 “쌀 소비는 늘어나는데 마진은 줄어드는 악순환”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산지 농민들은 “쌀값이 올랐다지만 체감은 다르다”고 말한다. 전남 여수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비료값, 인건비, 기계 유지비가 다 올라 생산비가 훨씬 크다”며 “수매가 늦어지면 창고 임차료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