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혐중(嫌中) 시위와 메시지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된 가운데 혐중 정서가 자칫 대중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APEC 회의를 앞두고 야당에 ‘무정쟁 주간’을 제안한 상황이지만 국민의힘의 혐중 메시지와 관련해서는 거리낌 없는 비판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어제 하루 국민의힘 관련 보도를 보면 전부 혐중”이라며 “거대 야당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최고위원은 “혐중에 꽂힌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마약 밀반입이 증가한 것이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때문이라고 출처가 불분명한 헛소리를 했다”고 꼬집었다.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대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요구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강원대의 ‘공자 학원’ 퇴출을 주장한 같은 당 서지영 의원의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기승전·중국, 모든 문제의 근원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제가 보기엔 그냥 무식해 보인다”며 “무엇이 국익에 도움되는 길인지 스스로 성찰하고 자중해야 한다. 혐오의 화살이 언젠가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APEC에서 극우 단체들의 집회가 예상된다”며 “혐오 시위는 국익을 폄훼하는 명백한 행위인 만큼 경찰에서 불법행위 등에 대해 엄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 항공여행객의 마약 반입, 공식 통계 1위는 중국인이다. 이재명 정부 관세청이 제출한 공식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9월까지 무려 97명의 중국인이 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했다”며 “민주당은 팩트에 근거한 당연한 사실에도 혐오 메들리를 튼다”고 맞받으며 공방이 격화됐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혐중 정서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전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혐중 시위대가 경주로 향하고 있다는데 전 세계적인 큰 이벤트를 앞두고 이런 모습은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강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본인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혐중 시위와 관련해 “매우 우려된다”며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혐중 시위와 메시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APEC 회의 기간 중 혐중 정서 확산이 자칫 대중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이 혐중 시위와 관련해 경고 메시지를 내는 데 그치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입법 활동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달 2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특정 인종이나 국가·출신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 집회의 주최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