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매출이 급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9일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1조 3834억 원(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1.9%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4조 448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1% 늘었다. 순이익은 12조 5975억 원으로 이익률이 52%에 달했다. 이는 전 분기 최대 매출(22조 2320억 원)과 영업이익(9조 2129억 원)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한국 기업 중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넘어선 두 번째 기업에 등극했다.
SK하이닉스의 최대 실적은 AI용 고성능 제품이 견인했다. 회사 측은 AI 인프라 확산으로 고부가 제품인 HBM의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범용 제품인 D램과 낸드 가격 상승도 가팔라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로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전반의 수요가 급증하며 우호적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며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상승이 본격화하고 출하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HBM의 수요 대비 공급이 2027년에도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팹(반도체 생산 공장)과 용인 1기 팹의 준공을 앞당길 계획이다.
역대 최대 실적인데 “호황기 이제 진입”
AI 인프라 확산, 메모리 공급 부족 지속
내년 물량 다 팔고 공장 증설도 속도
2026년 年 영업이익 60조 돌파할 듯
AI 인프라 확산, 메모리 공급 부족 지속
내년 물량 다 팔고 공장 증설도 속도
2026년 年 영업이익 60조 돌파할 듯
3분기 매출 24조 4489조 원, 영업이익 11조 3834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가 29일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행진이 더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시장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본격화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반경은 앞선 호황기보다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현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번 사이클에 대해 2017~2018년 있었던 슈퍼 사이클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재 수요가 인공지능(AI) 패러다임 전환에 힘입어 훨씬 폭넓은 응용처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 글로벌 주요 국가들도 ‘소버린 AI’ 확보를 위해 독립적인 AI 인프라를 깔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을 놓고 전 세계적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AI 산업의 패러다임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AI 사업 모델은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를 넘어 전문 분야에 응용되는 추론형 AI로 발전하고 있다. 이른바 ‘AI 에이전트’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확장하는 AI 산업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낸드플래시 등 막대한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하다.
김 CFO는 “AI 모델이 멀티모달 형태로 발전하고 추론 기술이 적용된 AI 서비스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면서 동시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빠르고 정교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며 “다수 사용자의 요청을 병렬로 처리하게 되면서 추론 단계에서 출력 토큰과 메모리 사용량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론 시장의 성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DR5를 포함해 eSSD(서버용 SSD)까지 수요가 확장돼 D램뿐 아니라 낸드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가 PC와 모바일에 더해 자율주행이나 로보틱스 등 이전에 없었던 신규 제품까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2017~2018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PC와 노트북 등 개인용 정보기술(IT) 기기가 폭증했던 2021~2022년 호황기보다 이번 슈퍼 사이클의 폭과 강도가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했고 D램과 낸드플래시 전 제품이 내년 공급처를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 등에 HBM 시장은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향후 5년 평균 30%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D램 수요 성장률은 올해 10% 후반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확대되고 낸드는 올해 10% 중반에서 내년 10% 후반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대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3분기부터 시작된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이 4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중 HBM은 약 40~45% 수준이다. 4분기부터는 HBM과 D램에 이어 가격이 뛰고 있는 낸드플래시의 매출 상승이 겹치며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 투자 업계는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3조 원을 돌파하고 내년에는 평균 분기 영업이익이 15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1위’를 유지하기 위해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김 CFO는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에 비해 상당한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는 메모리 불황 시기였던 2023년 8조 3251억 원까지 급감했고 지난해 약 16조 원, 올해는 27조~29조 원까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내년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가 4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3분기 순 현금 체제(약 3조 8000억 원)로 전환한 만큼 공급을 확대해 새로 창출될 시장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쇄도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청주 M15X 팹의 연내 가동을 서두르고 2027년 예정된 용인 1기 팹의 준공도 앞당길 계획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전날보다 7.1%(3만 8000원) 오른 55만 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65만~70만 원으로 상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