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커피전문점보다 가격이 저렴한 커피믹스 판매량이 10년 만에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의 지난해 커피믹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맥심’ 모카골드와 화이트골드 등 주요 제품 판매량을 모두 합한 수치다. 커피믹스 판매가 늘어난 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년 만의 반등이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판매량은 2022년 -2%, 2023년 -0.5%로 매년 줄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국내에 커피전문점이 급격히 늘면서 커피믹스에서 원두커피로 수요가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커피전문점 대신 회사나 가정에서 커피믹스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커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7%, 전월 대비 2.4% 상승했다. 올해 들어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전체 커피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스타벅스는 지난 1월 숏·톨 사이즈 커피 음료 가격을 200원씩 인상해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4700원에 판매 중이다. 투썸플레이스도 3월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을 4700원으로 올렸다.
저가 커피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메가MGC커피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컴포즈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했다. 일부 대형 카페에서는 8000원대 아메리카노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커피전문점보다 커피믹스가 훨씬 ‘가성비 있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퍼져 시장이 반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동서식품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맥심골목’, ‘맥심가옥’ 등 브랜드 체험 공간과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운영하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혔고, 잔망루피·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와의 협업이나 한정판 패키지 출시를 통해 커피믹스를 MZ세대의 ‘감성 아이템’으로 재포지셔닝했다.
현재 동서식품의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80~90% 수준이다. 8000억~9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전체 커피믹스 시장 가운데 ‘맥심 모카골드’가 약 60%를, ‘화이트골드’가 20%를 차지한다.
한편 인스턴트 원두커피로 분류되는 ‘카누’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2023년(–2.7%)보다는 감소폭이 줄었지만, 고물가로 인해 커피전문점 소비를 대체하는 경향이 커피믹스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과 디저트 카페 등이 많아지면서 여러 종류의 커피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면서도 "커피믹스를 찾는 고정층이 있는데다 업황이 쉽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고른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