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5년 반 만에 준공된 북한 ‘평양종합병원’이 3일 정식으로 개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하고 싶었던 사업”이라며 북한 보건 현대화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외관과 북한식 선전과 달리 실제 의료장비는 외관만큼의 기술 수준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평양종합병원이 “'세계 일류급' 병원으로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줄 사랑의 전당”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지난 3일 개원 첫날부터 중앙급 병원에서 의뢰된 환자 진료에 들어갔으며, 병원은 향후 북한 보건 서비스를 전면 개선해 나가는 ‘모체 기지’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관과 규모는 한국의 ‘빅5’ 상급종합병원(2000병상급)과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널찍한 로비, 대형 콘퍼런스룸 등 다양한 부대시설과 옥상에는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헬리포트도 갖췄다. 하지만 공개된 사진 속 장비는 구형 CT와 엑스레이 장비 정도가 전부였다. MRI 장비가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김정은 시찰 당시 가장 고가 장비가 CT였다는 점을 보면 최신 MRI 등 장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의료장비 확보 및 보건 현대화 돌파구를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은 지난달 31일 미하일 무라시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정무림 북한 보건상과 의약품·의료기기 공급 문제를 논의했고, 평양종합병원도 직접 참관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준공식에서 “북한 보건제도의 물질·기술 토대가 가장 취약하다”고 언급하며 제9차 당 대회에서 보건시설 전문 설계기관 설립, 보건 현대화 추진 전담기구 신설, 제2의 평양종합병원 및 각 도 소재지 종합병원 건설 등 후속 사업을 공식 발표할 계획임을 예고했다.
최근 김 위원장은 지방 병원 건설 현장을 잇달아 시찰하며 보건 인프라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보건·의료 인프라 재정비 이후 국경 개방 및 관광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사전 정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평양종합병원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초기 국면에서 착공했다.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이던 같은 해 10월 완공을 지시했으나, 코로나19 국경 봉쇄와 대북제재로 고가 장비 도입이 막히며 준공이 지연되다 5년 반만에 준공식이 개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