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3분기 미국 증시에서 공격적인 기술주 투자를 이어가며 3개월 만에 18조7000억 원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기술주 중심 포트폴리오가 주가 상승세를 그대로 흡수한 결과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9월 말 기준 미국 상장 종목 552개에 투자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 종목 수는 6월 말(534개)보다 소폭 늘었고, 보유 주식 수도 8억805만 주에서 8억5953만 주로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주식의 평가액은 1158억3000만 달러(약 167조 원)에서 1287억7000만 달러(약 186조 원)로 11.2%(129억 달러·약 18조7000억 원) 늘었다.
평가액이 가장 크게 증가한 종목은 엔비디아였다. 6월 말 기준 73억5210만 달러였던 엔비디아 보유 주식 가치는 9월 말 92억1574만 달러로 25.8%(18억9363만 달러) 급증했다. 국민연금은 이 기간 엔비디아 보유 주식 수를 4654만 주에서 4955만 주로 6.5% 늘렸다. 애플 주식 평가액은 59억1177만 달러에서 75억6937만 달러로 28.0% 증가했고, 보유 주식 수도 3.2% 늘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테슬라의 평가액은 각각 42.3%, 44.2% 상승했으며, 주식 수는 각각 3.1%, 3.0% 늘어났다.
브로드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램리서치 등 반도체 및 IT 종목도 보유 주식 수가 1.5~4.6% 증가하면서 평가액이 8.9~52.1% 늘었다. 반면 아메리칸익스프레스(-99.9%)와 도미노피자(-42.5%) 등 일부 종목은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이 줄었지만, 국민연금은 대부분 종목에서 보유 주식을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경우 보유 주식 수가 3.1% 증가했지만 평가액은 12억452만 달러에서 11억1184만 달러로 7.7% 감소했다.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일즈포스, 코스트코, 치폴레멕시칸그릴, 월트디즈니, 코카콜라, 스타벅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 3분기 약세를 보인 다른 종목에서도 1.3~2.7%씩 보유 주식 수가 늘었다.
국민연금은 이번 분기 들어 항공, 전기차, 방산, 언론 등으로 투자 범위를 다변화했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에어라인홀딩스의 보유 주식 수는 9월 말 기준 각각 2만1170주와 6652주였으며, 전기차 업체 리비안(1만4206주)과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2만3464주)도 새롭게 편입됐다. 미국 보수 성향 언론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회사 뉴스코프와 폭스뉴스의 모회사 폭스코프 주식도 각각 8648주와 1만7134주를 신규로 보유했다.
방산 업종에서도 록히드마틴(2.8%), RTX(2.8%), L3해리스(4.1%) 등 주요 기업의 보유 주식 수를 다시 늘렸다.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엔비디아(7.2%)였고, 이어 애플(5.9%), 마이크로소프트(5.7%·74억 달러), 아마존닷컴(3.2%·41억5848만 달러), 메타플랫폼(2.5%·32억8282만 달러) 순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