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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왜 핵보유국 인정 못받나…6차례 핵실험·50발 핵탄두 보유 추정[이현호의 밀리터리!톡]

北 핵보유국 되면 비핵화 아닌 군축 협상

대북제재 해제 및 미군 철수 요구 본격화

동북아 지역의 핵 개발 도미노 현상 촉발

韓 대외 신인도 하락 경제적 심각한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4일(현지 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또다시 언급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AF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대화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것에 열려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라고 생각한다”며 “그들(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나는 그 점을 말할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취임 당일인 지난 1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고서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적인 공식 입장은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미국 정부의 원칙과 목표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인도와 파키스탄 등 사실상의 핵보유국과 같은 선상에 놓는 듯한 발언은 깜짝 회동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유인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는 6차례의 핵실험과 수십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지난 2025년 10월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지난 2025년 10월 10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받은 국가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제9조 3항에 규정된 5개국. 세계 최초로 핵실험에 성공한 미국(1945년), 미국과 경쟁한 소련(1949년)에 이어 영국(1952년), 프랑스(1960년), 중국(1964년)을 말한다. NPT는 기존 핵보유국(P5)에는 핵확산을 못 하게 하는 동시에, 비핵보유국은 핵보유국으로부터 핵무기나 핵제조 관련 기술을 이전받지 못하게 했고 자체 핵개발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들 5개국 외에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현재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3국은 비밀리에 핵개발에 나서 자체 핵실험에 성공했다. 각자 다른 과정을 거쳐 미국에 의해 핵무기 보유를 묵인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과 비슷한 상황인 북한은 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일까.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국제적 영향 측면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반열에 오르게 되며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과 같은 핵보유국과 동등한 지위를 주장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한미 양국은 비핵화 정책에서 군축 협상(핵 통제)으로 전환해야 할 수 있고 북한은 대북 제재 해제 및 체제 보장 요구를 본격화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도 핵 무장 논의가 시작돼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 및 핵 확산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전 세계적으로 핵 개발 도미노 현상도 촉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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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북한은 핵 카드를 활용해 미군 철수와 군사적 위협 등 다양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과 국제 질서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은 큰 충격을 받고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

핵무기 보유국 핵탄두 수 현황.핵무기 보유국 핵탄두 수 현황.


국제사회의 반응과 달리 분명한 건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만 4번을 실시했다. 핵실험 일지를 정리해보면 △2006. 10. 9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1차 핵실험 실시 △2009. 5. 25 = 북한 제2차 핵실험 실시 △2013. 2. 12 = 북한 제3차 핵실험 실시 △2016. 1. 6 = 북한 제4차 핵실험, 조선중앙통신 “첫 수소탄 시험 성공적 진행” 발표 △2016. 9. 9 = 북한 제5차 핵실험, 핵무기연구소 “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 단행” 발표 △2017. 9. 3 = 북한 제6차 핵실험, 핵무기연구소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발표 등이다.

이 같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보유 핵탄두 수를 90개까지 늘릴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장 최신 전망으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16일(현지 시간) 발간한 2025년도 연감(SIPRI YEARBOOK 2025)에서 올해 1월 기준 전 세계 핵탄두 재고를 1만 2241개로 추산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수가 각각 5177개, 5459개로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중국(600개), 프랑스(290개), 영국(225개), 인도(180개), 파키스탄(170개), 이스라엘(90개) 등 순서로 보유 분량이 많았다. 북한도 50개의 핵탄두를 지닌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에 대해선 “국가안보전략의 중심요소로서 군사적 핵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고 있다”며 “현재 약 50개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최대 40개를 더 생산할 정도의 핵분열 물질을 보유한 채 핵분열 물질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북핵을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현재로선 쉽게 답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교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한미는 물론 일본 등은 ‘군사적’으로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훈련 과정에서 북핵 사용 억제뿐만 아니라 사용 시에 대비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이를 반증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딜레마다. 북핵 불인정은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외칠수록 북한의 도발을 막을 방법이 없어 비핵화에서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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