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내세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 대표는 최근 불거진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설’을 의식한 듯 통상 취임 100일에 갖는 기자 간담회를 생략하고 유기견 봉사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한정애 정책위의장, 조승래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함께 경기 용인시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을 찾은 뒤 용인소방서를 격려 방문했다. 정 대표는 “오늘이 취임 100일인데 99일이든 100일이든 101일이든 무슨 의미는 없다고 본다”면서 “대한민국은 관례 국가가 아니라 법치국가라고 제가 법사위원장 할 때 이야기했다. 오늘은 말보다는 일을 하러 왔다”고 강조했다. 보호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정 대표는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를 생략한 것은 최근 당정 갈등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검찰·사법·언론 등 3대 개혁에 속도를 내며 지지층의 호응을 받았지만 대통령실과의 온도 차가 드러나는 등 추진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대통령 재임 중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며 경고를 날린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정 대표의 조용한 행보가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판단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에 내란 청산과 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과 확산 및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당과 정 대표는 이를 튼튼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라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면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은 ‘대통령님의 시간’으로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일 때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측은 당정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실과 당의 엇박자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아는 한 적어도 저에 관한 한 그런 것은 없다”며 “국정 운영의 틀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에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맞춰가는 과정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게 하나도 없다면 그건 윤석열 정부”라고 반박했다.
한편 정 대표는 연말까지 사법개혁 입법을 통해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에 더해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신설 등이 포함된 사법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