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에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표명한 데 대해 일본 주재 중국 외교관이 “죽음의 길”이라며 맹비난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발언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는 양상이다.
1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쉐젠 주오사카 중국총영사는 전날 X(옛 트위터) 계정에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며 “패전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승복 의무를 저버리고 유엔헌장의 옛 적국 조항을 완전히 망각한 매우 무모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쉐 총영사는 “아무쪼록 최소한의 이성과 준법정신을 회복해 이성적으로 대만 문제를 생각하고 패전과 같은 민족적 궤멸을 당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쉐 총영사는 이달 8일에도 다카이치 총리를 겨냥해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글을 올렸다가 지웠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존립 위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왔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에 참석해 “최악의 케이스를 상정해 답변했다”면서도 “정부의 견해에 따른 것이므로 철회하거나 취소할 생각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정치적 약속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으로, 그 성질과 영향이 극도로 나쁘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이미 일본에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과 강한 항의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즉각 중국 내정간섭을 중단하고 도발과 선 넘기를 멈추며 잘못된 길을 더 멀리 가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핵폭발물 투하 시험에 나서며 양안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산하 로켓부대연구소는 ‘더티밤(dirty bomb)’ 투하 실험을 진행해 중국 안전 및 환경 저널에 결과를 공개했다. 더티밤은 재래식 폭발물에 플루토늄·세슘 등 방사성물질을 결합한 무기로 폭발 지역을 광범위하게 방사능에 오염시켜 치명적인 피해를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만나 “침략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피해국들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 정신은 계승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다”고 직격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