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대상국 경기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0.9%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철강·석유화학 수출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고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업종의 수출 증가율도 1%대 후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는 등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천대 기업 중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 '2026년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내년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0.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고 11일 밝혔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 증가율은 2.2%이고 연간으로도 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올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출 증가율 전망이 나온 것이다.
업종별로는 선박(5%), 전기전자(3.1%), 일반 기계(2.3%), 반도체(1.7%) 등은 내년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자동차(-3.5%)와 철강(-2.3%), 자동차 부품(-1.4%) 등의 업종에선 역성장 전망이 나왔다.
내년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이유로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67.3%)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8.6%), ‘중국발 세계시장 공급과잉’(8.6%), ‘미·중 무역갈등 심화’(8.6%) 등의 요인이 뒤를 이었다.
내년 수출 채산성에 대해선 응답 기업 중 77.3%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봤고, 18%는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산성은 수출을 통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수준을 의미한다. 내년 수출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4.7%에 그쳤다. 채산성 악화 전망이 많은 업종은 석유제품(50%), 철강(30.4%), 자동차부품(22.2%) 순으로 조사됐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63.0%),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14.8%),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11.1%), ‘미·중 무역 갈등 심화’(11.1%) 등이 지적됐다.
기업들은 내년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 단연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53.3%)을 꼽았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불안정’(17.3%), ‘미·중 무역 갈등 심화’(16.7%) 등도 주요 수출 리스크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가 한국의 수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대미 수출은 16.2% 감소한 87억 1000만 달러로 2023년 1월(81억달러)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자동차(-35.6%), 자동차 부품(-28.7%), 철강(-33%), 일반기계(-33.2%) 등의 품목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이러한 현상이 내년 수출 전망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 세부 합의가 이뤄졌지만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양해각서(MOU) 서명, 한국 국회 동의 등 남은 절차가 있어 관세 인하 시점은 미정이다. 여기에 50%의 철강 관세는 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주요 정첵 과제로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23.1%),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21.7%), 외환시장 안정성 강화 조치(18.5%) 등을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최대 현안이었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으나 기업들은 여전히 통상 불확실성을 체감하는 상황”이라며 "통상환경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세제지원 및 외환시장 안정 등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