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필리조선소에서 원잠까지? 트럼프 압박에 마스가 더 어려워진다

美 WSJ 소식통 인용 보도

"한화, 연간 원잠 2∼3척 건조 목표"

"정치적 뒷받침, 대규모 인력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현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투자 사업에서 한화필리조선소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건조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리조선소 재건에 막대한 투자와 인력이 필요한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원잠까지 이 곳에서 짓도록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전문 인력과 건조 능력 확보가 수월한 국내 건조가 적합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현행 법 체계에서는 해외 군함·상선 건조를 금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WSJ는 10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한화가 1500억 달러 규모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리조선소 주변 지역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10년 안에 미국에서 매년 2∼3척의 원잠을 만든다는 내부 계획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513조 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자되며 필리조선소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꼽힌다. 한화는 지난해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50억 달러를 투자해 건조 능력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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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원잠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APEC 기간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잠 추진 의사를 타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다. 한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원잠까지 필리조선소에서 짓도록 해 산업 역량 제고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이다.

문제는 필리조선소가 1년에 생산하는 상선이 불과 한 척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이 1주일에 한 척 건조하는 속도와 비교하면 생산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WSJ는 지적했다. 데이비드 킴 필리조선소 대표는 WSJ에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일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접근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필리조선소가 원잠까지 건조할 여건을 갖추려면 애초에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금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간 생산량을 최대 20척으로 늘리기 위해 신규 인력 수천명을 채용하고 대형 크레인·로봇 장비·교육 시설을 신규로 도입할 계획이었는데,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원잠까지 건조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조선소 직원 중 한국인은 전체 10%에도 못 미치는 100명 수준에 불과하다.

WSJ는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다른 어려움을 겪는 미국 조선소들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안정적인 정치적 뒷받침과 대규모 인력 투입,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원잠을 만든 적이 없고, 미국은 핵 관련 기술을 동맹에도 엄격히 통제해왔다"며 “필리조선소에서 원잠을 건조할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의 규모와 난이도는 훨씬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 정부는 원잠의 국내 건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필리조선소는 기술력과 인력, 시설 등이 상당히 부재한 면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WSJ는 “미국 법률은 외부에서 군함과 상선의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일본처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상대로 장애물 중 일부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 8월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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