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도반(道伴)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도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 가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춘장을 앉혀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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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다른 것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에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이상국

도반을 잘도 찾아내셨습니다. 그만한 지기(知己)가 없고말고요. 양파를 아삭 베어 물 때 알싸한 그 맛을 나와 똑같이 느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면치기 하다가 입가에 춘장 묻었을 때 혀로 낼름 닦아줄 사람이 또 있을까요. 그리운 것들은 본래 멀리 있는 법, 찬밥 덮어두고 짜장면 사주시길 잘하셨어요. 세상이 온통 나를 등진 것 같더라도, 내가 나를 등 두드려주면 세상이 달려와 탕수육 사주기도 하겠지요.<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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