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로구 소재 종묘 앞의 초고층 재개발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에 더해 역사학계, 지역주민 등으로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건은 ‘세계유산영향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재개발 규제 조례 삭제, 이후의 세운4구역 건축물 최고 높이 변경(72m→145m) 고시, 이에 대한 문체부 장관의 적극적 대응 발언이 있었고, 그리고 최근에야 오세훈 시장이 ‘토론해 보자’고 했다”면서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모든 주체가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통해 (145m 초고층 건물) 재개발이 종묘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여부에 대해 유네스코의 의견에 따른다는 데 동의를 해야 상호 토론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는 질문에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7일 오후1시께 종묘 정전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서울시의 종묘 앞 145m 초고층 건물 개발 추진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날 오후 4시께 곧바로 “종묘가 이번 재개발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변경 고시 이후 11일까지 문체부·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대화는 전혀 없는 상태다.
이날 문체위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우리는 국가유산, 세계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임무”라며 “개발사업은 (100m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서울시가 왜 경주 APEC 기간에 변경 고시를 내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국가유산청과 재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네스코가 권고하며 세계유산법에도 의무화돼 있는 세계유산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채 서울시가 단독으로 계획을 변경·고시한 행위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반면 서울시는 문체부·국가유산청과 종묘 앞 재개발 관련 토론을 하자면서도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거부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오세훈 시장은 1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논란의) 세운4구역은 세계유산지구 (100m) 밖에 위치해 법률상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건물 높이 계획을 변경한다고 해도 종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는 당초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대부분의 발언이 종묘 앞 초고층 빌딩 허용의 정당성 여부로 쏠렸다. 민주당은 세계유산 보존, 국민의힘은 도심개발 우선 등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논의가 맴돌았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뜬금없이 이 사업을 크게 키운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종묘의 유산 가치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시 재개발 규제 완화 조례를 유효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정부·여당이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김민석 총리 띄우기’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세운4구역 재개발을) 김민석 총리가 멈추고 싶은 것이다. 최휘영 장관이 부화뇌동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최 장관”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에서의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서울시의 개발계획 자체를 인정한 취지는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장관은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법원은 서울시의 조례 개정 절차가 적법했다고 판단한 것이지 (세운4구역 초고층건물) 개발계획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종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문체부가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