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화경] AI 수능 도전기





“AI가 수능 풀어…영어 12점, 수학 16점”



2018년 11월 17일자 서울경제신문 사회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인공지능(AI)이 곧 인간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지던 시절 실제로 AI에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풀게 한 결과를 전한 기사였다. 요즘은 각종 생성형 AI가 문제를 푼 결과가 쏟아지지만 당시만 해도 AI의 수능 풀이 자체가 국내 언론으로서는 첫 시도였다. 국내에는 문제 풀이용 AI가 없어 미국 앨런AI연구소(Allen AI)의 시스템을 빌려 결과를 냈다. 불과 7년 전 일인데 무섭게 발전하는 AI를 보면 까마득한 옛일인 듯싶다. 지난해 챗GPT-5가 2025학년도 수능을 풀었을 때는 국어 95점, 수학 82점, 영어 92점을 받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학 입학은 엄두도 못 낸 AI가 이제는 명문대를 넘볼 수준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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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에 55만 4000여 명이 응시했다. ‘황금돼지띠(2007년생)’ 출산 붐 영향으로 7년 만에 수험생이 최대였다고 한다. 그런데 수험생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이 요즘 AI를 이용한 대규모 커닝 사태로 시끄럽다. “AI를 이용한 지식 절도는 명백한 부정행위”라는 원칙론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과거식 시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느냐”는 현실론도 고개를 든다. 어쩌면 AI 시대를 맞은 우리가 거쳐야 할 ‘통과의례’일지도 모르겠다.

30일은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꼭 3년이 되는 날이다. 전 세계 8억 명이 다양한 영역에서 챗GPT를 사용한다. 챗GPT 이외에도 제미나이·퍼플렉시티·클로드 등 잇달아 등장한 고성능 AI들은 인간의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우리 정부도 ‘AI 3강’ 목표 달성을 위해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AI는 이미 우리 일상에서 선택을 넘어 생존의 필수 키워드가 됐다. 그리고 수능 낙제생에서 모범생으로 괄목상대한 AI가 우리에게 묻는다. 교육 시스템, 기술 주권,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영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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