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의 혁신성장 허브인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 개발이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노원구 창동차량기지 일대를 바이오·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성장 전략에 대한 개발 방식을 확정했다. 내년 하반기 사업시행자 선정을 진행하는 등 국내 선도 바이오 제약 기업의 생태계 구축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서울 노원구 등 동북권이 ‘베드타운’에서 ‘직주근접’ 지역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0일 서울시와 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창동차량기지 일대에 추진할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 개발사업 계획안을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다. 노원구 상계동 820번지 일대의 부지는 창동차량기지(17만 9578㎡)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6만 7420㎡)을 합쳐 총면적 24만 7000㎡ 규모다. 창동차량기지는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차량기지로 이전한다.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은 외부 이전이 무산돼 부지 내에서 재구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디지털바이오시티 조성과 관련 산업단지 개발 방식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대해 도시개발사업과 산업단지 개발 방식을 병행하기로 했지만, 토지공급가액 등을 고려해 산업단지 개발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도시개발사업과 산업단지 방식을 병행하면 도시개발사업법에 따라 부지를 감정가로 공급해야 하지만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이 적용되는 산업단지는 이보다 저렴한 조성 원가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향후 입주 대상인 첨단 산업 업종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전체 부지를 산업시설 용지, 노원역 주변의 지원시설 용지, 복합시설 용지로 구성할 계획이다. 산업시설 용지는 기업이 입주한 연구개발 시설 등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지원시설 용지는 주거·상업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역세권 입지를 고려해 지원시설 용지의 용도 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정해 최고 50층 내외의 초고층 건물 개발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복합시설 용지는 절반이 산업 시설, 나머지 절반은 상업·업무·문화 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중 국토교통부에 산업단지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하고 개발계획 확정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SH가 부지를 매입하고 2028년부터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착공에 들어간다. 기반시설 조성이 완료되면 토지 분양이 진행될 예정이다.
창동차량기지 일대는 2012년 서울 지하철 4호선 연장과 창동차량기지의 경기도 남양주시 이전이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광역철도사업으로 확정되면서 동북권의 주요 개발사업지로 주목받았다.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처럼 업무·상업·컨벤션 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계획됐다가 고(故) 박원순 시장이 서울대병원 유치와 함께 바이오메디컬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서울시는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5월 기업설명회에서 바이오·AI 분야 등의 기업들을 유치해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는 서울시가 철도기지 이전으로 남은 유휴 부지를 대상으로 처음 진행하는 대형 개발사업이다. 서울시는 입주 기업 유치를 위해 조성 원가로 부지 공급, 일정 기간 취·등록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지원시설 용지는 개발사업자가 건물 용도, 높이, 밀도 등을 자유롭게 정하는 '화이트 사이트' 제도를 적용한다.
앞서 서울시가 강서구 마곡동에 연구개발 중심지로 조성한 마곡산업단지처럼 주요 대기업들의 입주가 이뤄지면 서울 동북권 지역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른 산업단지들과 차별화에 성공하면 서울 동북부 지역의 새로운 산업 중심지가 될 수 있다”며 “주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직주근접’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