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발사체로 우주 경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독자 우주 발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상업 시장을 노리겠습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대표는 27일 누리호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한화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누리호 4호기가 이날 오전 1시 18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민간 중심의 K우주 밸류체인이 본격적으로 구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발사를 주도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첫 시도에 바로 성공하면서 다가오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이번 4차 발사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047810)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기술이전을 받아 발사체의 제작·조립을 총괄했다.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300여 개 기업을 관리하는 체계 종합 기업 역할도 맡았으며 누리호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엔진 총조립 또한 맡았다. 민간기업이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한 첫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엔진은 발사 때 압도적인 성능을 과시했다. 6기 엔진은 △누리호 1단 로켓의 75톤급 액체 엔진 4기 △2단 로켓의 75톤급 액체 엔진 1기 △3단 로켓의 7톤급 액체 엔진 1기 등이다. 항우연 측은 1단·2단·3단 엔진 모두 설계값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누리호급 이상의 중대형 발사체에 사용되는 엔진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우주 수송 서비스-위성체-위성 서비스’로 연결되는 우주 사업 가치사슬을 구축할 방침이다. 내년 누리호 5차,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도 성공적으로 이끌 계획이다. 특히 2027년 6차 발사 때는 발사책임자·발사운용책임자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4차 발사까지는 발사 지휘와 관제·통제를 항우연이 전담했는데 민간에 문을 점차 열어주는 것이다. 손 대표는 “우주기술은 신소재, 인공지능(AI), 통신, 국가 안보 등 모든 분야의 기반이 되는 만큼 발사체 기술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들의 참여 역시 성공적인 발사에 기여했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대 시스템 전 분야를 설계·제작·설치했다. 해당 공정 기술의 국산화율 100%를 달성해 우주 발사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구축·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현대로템(064350)은 발사체 단별로 연소 성능 시험 설비를 설계·제작했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중위성 3호를 개발했다. 누리호에 국내 기술로 제작된 중형 위성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단 추진체 제작과 발사체 총조립도 KAI가 맡았다.
국내 우주 밸류체인에서 중소기업과 대학의 역할 또한 눈에 띈다. 스페이스프로는 누리호 페어링(복합재 구조체)을 개발·제작했으며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큐브 위성 12기 개발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