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퇴 위기 마라토너 복귀 비결? 1회 시술로 ‘만성 통증’ 원천 차단[메디컬 인사이드]

■ 이상환 양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염증 먹여살리는 미세동맥 색전물질로 막는 시술

은퇴 위기 몰렸던 운동 선수들 부상 회복·복귀 도와

일본에서 개발된 시술법 단점 보완해 성공률 높여

시술시간 30분 남짓에 당일 입퇴원 가능해 만족도↑

심종섭(왼쪽) 선수가 지난 10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에서 한승현을 1초 차로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육상연맹심종섭(왼쪽) 선수가 지난 10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에서 한승현을 1초 차로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육상연맹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전국체전 육상 남자 마라톤. 42.195㎞ 풀코스를 2시간 20분 27초에 달려 결승선을 통과한 심종섭(34) 선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대회 2연패라는 성과 외에도 그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했다. 수년간 앓던 오른쪽 발목 아킬레스건염의 통증이 심해져 은퇴까지 고려했던 그가 다시 트랙으로 돌아와 거머쥔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미세동맥 색전술(TAME·타미)' 덕분이었다. 심 선수는 비슷한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동료 선수들이 혈관 시술을 받은 후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2022년 5월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을 찾았다. 이상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1년 간격으로 총 2회에 걸쳐 타미 시술을 받았다. 통증이 거의 사라졌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마라톤에서의 선전에 이어 전국체전 2연패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심 선수는 "통증이 심해 시술을 두 번 받았는데, 첫 시술만 받고도 통증이 많이 사라져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풀코스는 아니지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우승도 했다"며 "은퇴를 고려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복귀했는데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주사·수술치료에도 사라지 않는 만성염증성 통증…“근본 원인부터 잡아야”


타미시술은 주사치료 등 약물요법이나 물리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 염증성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최소침습적 혈관 내 중재시술이다. 관절 등 신체 곳곳에 생긴 염증이 3개월을 넘어가면 암처럼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형성되고, 영양분과 산소를 계속 공급받아 살아있는 조직이 된다. 이런 상태의 염증은 정상적인 조직 회복을 방해하면서 지속적으로 통증을 유발한다. 이 때 환자의 대퇴동맥이나 요골동맥에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해 목표혈관까지 진입시킨 뒤 비정상적으로 생겨난 미세동맥에 색전물질을 주입해 혈관을 폐쇄하면 염증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색전물질로는 항생제인 이미페넴 등을 이용한 약물 혼합물이 주로 쓰인다.

족저근막염에 대한 미세동맥색전술 과정.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족저근막염에 대한 미세동맥색전술 과정.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이 전문의는 "일반적인 주사치료나 도수치료로는 염증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혀 단기적 효과에 그친다"면서 “타미시술은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통상 1회 시술 후 6개월 정도 지나면 별다른 치료 없이 통증이 사라진다. 어깨부터 팔꿈치, 무릎, 발목, 발바닥 등 부위에 관계 없이 근골격계 통증이 3개월 넘게 지속된 부위라면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염증 먹여살리는 미세혈관 막아 ‘통증’ 원천 차단…국대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



타미시술은 일본의 인터벤션 영상의학 전문의인 오쿠노 유지 박사가 10여년 전 개발해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임상 연구와 실제 환자에 대한 증례 보고가 축적되고 관련 성과가 학계에 보고되면서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와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전문의는 2016년 타미시술을 시작해 국내 최다 시술 경험을 갖고 있다. 운동선수와 일반인을 합쳐 2000명에 가까운 환자를 치료했다. 각종 부상으로 고통 받는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육상·축구·농구·태권도·농구·배드민턴·핸드볼·유도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 240여 명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은퇴 위기에 몰렸던 선수들이 시술 후 극적으로 경기에 복귀한 사례도 적지 않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지동원(34) 선수는 무릎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는 등 고전하다 독일 유명 스포츠 클리닉과 국내 대형 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에도 차도가 없어 은퇴를 고민하던 중 타미시술을 통해 부상에서 회복했고 지금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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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수를 받으러 온 킹파이살전문병원 소속 투르키 파르한 알파르한(왼쪽·Turki Farhan S. Alfarhan)씨가 이상환 양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미세동맥색전술(TAME) 시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수를 받으러 온 킹파이살전문병원 소속 투르키 파르한 알파르한(왼쪽·Turki Farhan S. Alfarhan)씨가 이상환 양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미세동맥색전술(TAME) 시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남자농구 국가대표 오세근(38) 선수는 심각한 아킬레스 부상으로 4개월간 런닝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양지병원을 찾았다. 시즌 개막 2개월 전 타미시술을 받고 개막전부터 성공적으로 복귀해 현재까지 코트에서 활약 중이다. 당일 입·퇴원이 가능하고 시술 시간이 30분~1시간 남짓에 불과한 데다 회복이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전문의는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특정 부위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지속하다보니 어느 정도 통증을 안고 산다"며 "경기력이 저하되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까 고민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던 환자들이 단 한 번의 시술로 경기장에 복귀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오리지널 시술의 단점 보완…“치료 성공률 90%…해외서도 배우러 와”


이 전문의는 기존 타미시술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오리지널 시술법은 3분의 1 정도에서 효과가 없었다. 염증을 일으키는 미세동맥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 적절한 색전물질을 선택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이 전문의는 시술 전 경화 주사요법을 통해 염증 혈관이 보이는 비율을 95%까지 높였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혈관을 정확히 차단해 치료 성공률을 90%가까이 끌어올렸다. 이러한 성과가 미국 인터벤션영상의학회지(JVIR)가 매년 선정하는 17개 우수 논문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싱가폴, 몽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연수를 받으러는 발걸음이 늘고 있다.

이상환 양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미세동맥색전술(TAME)의 원리와 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상환 양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미세동맥색전술(TAME)의 원리와 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만성 근골격계 통증은 고령층의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국내 60세 이상 인구의 만성 통증 유병률은 남성 63.8%. 여성 87.7%에 달한다. 이 중 90% 이상이 근골격계에서 발생한다. 최근에는 러닝 등 다양한 운동을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만성 염증성 통증을 호소하는 젊은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 국내선 ‘제한적 의료기술’로 분류·참여율 저조…“신의료기술 지정 시급”


현재 국내에선 타미시술이 '제한적 의료기술'로 분류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타미시술 도입 움직임이 활발한 데 비해 국내 의료진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다. 이 전문의는 "만성 근골격계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에는 수년간 1000만 원 넘는 비용을 쓰고도 낫질 않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타미시술이 신의료기술로 지정되면 더 많은 병원들이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단기적인 효과가 있는 치료만 반복하는 것은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모두에 부담이 된다”며 “타미시술은 한 번의 시술로 회복이 가능해 빠른 사회 복귀가 가능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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