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언론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인공지능(AI)을 만드는 테크 기업가들이 잇따라 선정됐다. 그만큼 올 한해 AI가 숱한 화제를 불러왔고, 관심이 집중됐다는 의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1일(현지 시간) 2025년 ‘올해의 인물’로 AI 시대를 주도한 ‘AI 설계자들(Architects of AI)’을 선정했다. 타임지가 이날 공개한 커버 이미지는 1932년 촬영된 전설적인 사진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을 재해석한 일러스트가 담겼다. 당시 철골 위에 앉아있던 건설 노동자들 대신 AI 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인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와 AMD 리사 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 젠슨 황, 오픈AI 샘 올트먼,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앤스로픽, 다리오 아모데이 등 현재 AI 분야를 주도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그 인물들이다. 타임지는 “2025년은 인공지능의 잠재력이 완전히 드러난 해였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해”라며 “생각하는 기계의 시대를 열고, 인류를 놀라게 했으며, 현재를 변화시키고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공로”라며 AI 설계자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다만 타임지는 AI 발전의 ‘그림자’ 역시 조명했다. 제이콥스 편집장은 "모든 발전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자원 소모와 일자리 문제, 허위 정보 확산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수의 기업 리더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상당한 발전과 더 큰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AI 기업들에 좌우되고 있는데, 이는 엄청난 규모의 도박이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FT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이 매체는 “디지털 세계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의붓자식 같던 칩이 올해 산업 및 금융계를 휩쓰는 AI 열풍의 동력으로 떠올랐다”며 “이런 변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 때문에 젠슨 황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AI ‘붐’에 힘 입어 올 10월 시가총액 5조 달러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세계 최초로 오르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은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고, 중국은 엔비디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적인 반도체 자립 정책을 펴고 있기도 하다. 황 CEO는 엔비디아를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 기업의 하나”라고 자평하며 “우리가 30년 걸려 만든 이 기술이 모든 컴퓨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우린 디지털 지능을 생산하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조성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국내에서는 10월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깐부 회동’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올리기도 했다. FT는 그가 다만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순환 거래’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는 것이 현 AI 붐의 실체라는 것이 순환 거래 비판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