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열린송현] 경제 투명성 높이는 회계기본법 제정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회계 공시·감독 체계 제각각

정보 공백에 부정 위험도 커져

법 하나로 핵심 기준 정리해야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회계 정보는 한정된 자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의 공적 장부다. 정보가 정확하게 공개될수록 자원 배분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조직의 성장도 건전해진다. 그래서 영리법인뿐 아니라 비영리법인과 공공기관 등 다양한 조직이 회계 정보를 생산해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한다. 다만 설립 목적과 이해관계자의 관심사가 조직마다 다른 만큼 재무제표의 형식이나 공시 수준은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투자자는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기부자와 시민은 자금이 애초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그렇더라도 회계 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기본 흐름 즉 회계 정보의 생산, 외부 감사, 공시, 감독과 규제라는 네 가지 축은 모든 조직에 공통으로 작동해야 한다. 자금을 다루는 조직이라면 회계연도 종료 후 결산을 통해 재무 상태와 운영 결과를 정리하고, 그 결과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외부 감사를 통해 점검받아야 한다. 검증이 끝난 회계 정보는 이해관계자에게 적시에 제공돼야 하고, 주무 관청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 제도가 이러한 원칙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등 부문별로 회계 기준과 감사 제도, 공시·감독 체계가 제각각이다 보니 체계적이고 일관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영역은 적용해야 할 회계 기준이 불분명하고, 이해관계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감사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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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감독 기능을 여러 부처와 기관이 나눠 담당하면서 업무가 중복되거나 재무제표 용어와 보고 양식이 달라 정보 이용자의 혼란도 크다. 이러한 제도적 틈새는 곧 회계 정보의 공백으로 이어져 부정 비리와 비효율의 위험을 키운다. 회계를 총괄해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탓에 국가 차원의 회계 정책을 일관되게 수립·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회계기본법 제정이다. 회계기본법은 조직 형태를 불문하고 회계 정보의 생산·제공 과정에 공통으로 적용될 기본 원칙을 규정하는 회계 분야의 일반법이다. 재무제표 작성과 공시, 내부 통제와 외부 감사, 감독과 제재에 관한 핵심 기준을 하나의 법률 안에 정리해 모든 조직에 일관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회계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회계 정보의 유용성과 신뢰성을 높이며,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복과 혼선을 완화해 통일된 회계 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민간 전 부문에서 회계 인프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물론 새로운 법을 만드는 만큼 각 조직의 특성을 고려한 세부 규정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 회계의 사각지대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이제 회계기본법 제정을 통해 회계 제도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모든 조직이 신뢰 받는 회계 기반 위에서 운영되도록 해야 할 때다. 정부와 국회, 전문가와 시민 사회가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회계기본법 마련에 나선다면 우리 경제의 투명성과 건전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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