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통일부, '한미 대북 협의체' 불참…외교부와 커지는 불협화음

■ 대미·대북 정책 혼선 우려

외교부 주도 논의에 불편한 심기

前 통일부 장관들도 반대 가세

정부내 자주파·동맹파 갈등 노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남북관계발전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남북관계발전위원회 민간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통일부가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협의(가칭)’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북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통일부와 외교부 간 불협화음이 남북 대화 재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일부는 15일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협의와 관련해 “한미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의 후속 협의이고 한미 간 외교 현안 협의이기 때문에 통일부는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 정책은 국방부가, 외교정책은 외교부가 미국과 협의하고 있으며 남북대화·교류협력 등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필요시 통일부가 별도로 미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정책의 주무 부처가 통일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협의는 양국 간 보다 긴밀한 소통을 위한 협의체다. 9일 외교부에서 처음으로 출범 계획을 밝혔으며 우리 측 북핵협상 수석대표이기도 한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 대사대리가 각각 수석대표를 맡아 16일 첫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통일부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왔다. 두 부처 간 사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통일부 입장에서는 ‘주무 부처가 배제됐다’는 인식이 강한 분위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는 이뤄져야 하고, 팩트시트에 협의할 내용이 많지만 다만 한반도 정책과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동맹국(미국)과의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전 통일부 장관들도 가세했다. 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전문성이 없고 남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한다’며 김 대사대리를 겨냥해 “그가 참여하는 한미 협의는 북미 정상회담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불협화음은 근본적으로 정부 내 소위 ‘자주파’와 ‘동맹파’ 간 주도권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남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자주파,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동맹파 간 이견이 새로운 협의체를 둘러싼 논란으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정 장관과 이날 성명 발표에 참여한 전 장관들은 자주파로 분류된다. 자주파와 동맹파는 비핵화·대북제재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실(NSC) 구성 등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양측 간 골이 깊어질 경우 향후 원활한 대북정책 시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본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된 팩트시트의 후속 조치를 협의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팩트시트에는 “한미 정상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당국자는 “기존 협의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분명히 차별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2018~2021년 운영됐던 ‘한미 워킹그룹’이 사실상 미국의 ‘지시 창구’였다는 일각의 비판을 염두에 둔 설명으로 풀이된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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