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촉발된 중·일 갈등 여파로 일본에서 판다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50여 년간 이어져 온 ‘판다 외교’가 사실상 중단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쌍둥이 자이언트판다 수컷 ‘샤오샤오’와 암컷 ‘레이레이’가 내년 1월 하순 중국으로 반환된다. 반환 기한은 내년 2월 20일로 도쿄도는 이를 앞두고 중국 측과 반환 시점 연장 및 신규 판다 대여를 협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도쿄도는 조만간 구체적인 반환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는 2021년 6월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나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이들의 부모인 ‘리리’와 ‘싱싱’은 이미 지난해 9월 중국으로 반환됐으며, 이번에 쌍둥이 판다까지 돌아가면 일본에는 판다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일본에서 판다가 사라지는 것은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은 새로운 판다 대여를 중국 측에 요청해왔지만 실현 전망은 서지 않은 상태”라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일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라 당분간 신규 대여 협상은 진척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도쿄시 관계자 역시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판다 대여는 무리”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판다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국보급 동물로 우호 관계를 맺은 국가에 선물하거나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판다 외교’를 펼쳐왔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만 4세 전후 성체가 되면 중국으로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공동 연구·보호 프로젝트 형태로 30마리 이상이 사육돼 왔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는 우에노동물원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각종 관련 상품이 판매되며 관광객을 끌어모았고, 중국 매체 신민일보는 이 두 판다가 도쿄에 약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원)에 달하는 소비 효과를 창출했다고 추산했다. 앞서 2023년 암컷 판다 ‘샹샹’이 반환될 당시에도 수천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일본 언론은 당시 경제 효과를 600억 엔(약 5600억원) 이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번 반환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본에 곧 판다가 없어진다’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이제 일본에서는 판다는 볼 수 없고 곰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곰 출몰 사고와 연결 지어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랴오닝대 일본연구센터 객좌교수 천양은 베이징일보에 “현재와 같은 긴장 국면이 이어진다면 중국이 일본에 새로운 판다를 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본 내에서는 판다 재임대를 바라는 여론이 여전히 높지만, 외교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의 반환이 확정되면서, 일본은 50여 년간 이어진 판다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중·일 외교 갈등이 문화·관광 영역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