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화경] 짙어진 중남미 ‘블루 타이드’






중남미 지역에서 시장경제를 표방한 우파 정권이 집권하는 ‘블루 타이드(blue tide·푸른 물결)’ 바람이 거세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재정 확대와 포퓰리즘을 앞세워 집권에 성공했던 좌파 정권들의 ‘핑크 타이드(pink tide·분홍 물결)’에 대한 반작용이다. 14일 칠레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가 자네트 하라 공산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막대한 재정 살포에도 칠레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2년간 0~2%에 그친 반면 물가 상승률은 4%대에 달했다. 국가 부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42%까지 치솟았다.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은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노동 유연화 공약을 내건 카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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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 앞서 볼리비아(2025년), 아르헨티나·에콰도르·파라과이(2023년), 코스타리카(2022년), 엘살바도르(2019년) 등이 블루 타이드에 합류했다. 특히 페론주의 좌파 정권이 집권한 아르헨티나는 과도한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에 2023년 인플레이션이 200%에 달했고 빈곤율은 40%를 넘었다. 국민들이 균형재정과 규제 완화를 천명한 하비에르 밀레이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유다. 블루 타이드는 핑크 타이드에 대한 염증 탓이다. 핑크 타이드는 1999년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무상 교육과 의료, 막대한 정부지출에 길들여진 중남미 국민들은 포퓰리즘 정권에 표를 몰아줬다. 2015년의 경우 남미 대륙 12개국 중 10개국 정권이 좌파였을 정도다.

중남미 국가들이 10년 만에 ‘핑크’에서 ‘블루’로 방향을 튼 것은 나라 곳간을 고려하지 않은 돈 풀기가 성장률마저 갉아먹는다는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도 확장재정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2027년까지 2% 성장조차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남미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와 노동 유연화, 규제 완화와 같은 ‘블루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때다.

서정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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