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내년에만 30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국민성장펀드 운용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첨단산업전략기금과 민간자금을 각각 15조 원 조성해 인공지능(AI)에 6조 원, 반도체에 4조 1800억 원, 모빌리티에 3조 800억 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6000억 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펀드는 재정이 최대 20% 수준의 후순위로 참여해 펀드의 손실 위험을 낮추고 내년 1분기 중 세제 혜택도 마련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금의 40%인 12조 원은 지역에 배정돼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사업과 지역 전용 펀드 등에 투입된다.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역대 최대 정책펀드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위험도가 높은 첨단산업 분야에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중국 등이 AI와 첨단산업 육성에 수백조 원의 자금을 쏟아붓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 이 펀드가 성공하려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와 데카콘(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투자 결정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 투자 비중 40%’라는 조건에만 매달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난립하는 지역 성장 펀드에 나눠먹기식 투자를 하거나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다면 펀드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과거 일부 정책펀드가 지역 정치인의 입김에 휘둘리다 투자자들에게 손실만 안기고 정권 교체와 함께 흐지부지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펀드는 실패다. 정부는 방향과 원칙만 제시하고 실제 운용과 투자 결정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처럼 국민성장펀드가 첨단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엄정한 투자 대상 선정, 투명한 운용이 필수다. 내년에 투입될 30조 원은 결코 허투루 쓸 돈이 아니다. 정부가 보증해 국책은행이 발행할 15조 원의 채권 역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국민의 빚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금만 투입한다고 데카콘이 나오고 첨단산업이 폭풍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첨단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