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결국 한·중·일 한꺼번에 사과한 핀란드 총리…일파만파 커진 '이 논란', 뭐길래

유호 에롤라 의원 SNS 캡처, 주한 필란드 대사관 SNS 캡처유호 에롤라 의원 SNS 캡처, 주한 필란드 대사관 SNS 캡처




‘눈 찢기’ 인종차별 논란이 미스 핀란드 개인 일탈을 넘어 정치권 문제로 번지자, 핀란드 총리가 직접 한국·중국·일본을 향해 공식 사과에 나섰다. 극우 성향 정치인들의 동조 행위까지 이어지며 외교·문화 영역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이날 한국·중국·일본 주재 핀란드 대사관을 통해 ‘눈 찢기’ 제스처 논란과 관련한 공식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각 대사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현지 언어로 된 총리 명의의 사과문이 동시에 게시됐다.

주한 핀란드 대사관이 공개한 사과문에서 오르포 총리는 “최근 일부 국회의원의 SNS 게시글로 인해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게시글은 ‘평등과 포용’이라는 핀란드의 가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핀란드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모든 형태의 차별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중대하게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프체 SNS 캡처자프체 SNS 캡처



이번 사과는 지난달 미스 핀란드 출신 사라 자프체(22)의 행동에서 비롯됐다. 자프체는 SNS에 “중국인과 식사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양손으로 눈꼬리를 치켜올리는 이른바 ‘눈 찢기’ 제스처 사진을 올렸다. 이 제스처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상징적 행동으로 인식된다. 논란이 커지자 미스 핀란드 조직위원회는 지난 11일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자프체의 자격을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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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프체는 “두통으로 관자놀이를 누른 것”이라 해명했으나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상처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호 에롤라, 카이사 가레데우 의원 SNS 캡처유호 에롤라, 카이사 가레데우 의원 SNS 캡처


하지만 파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강경 우파 성향의 집권 연정 참여 정당인 ‘핀란드인당’ 소속 의원들이 자프체를 옹호하며 같은 제스처 사진을 잇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유호 에롤라 핀란드인당 의원은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눈 찢기 제스처로 바꾸며 “이게 인종차별이라면 모든 것이 인종차별이 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카이사 가레데우 의원 역시 비슷한 사진을 올리며 “관자놀이를 마사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오르포 총리는 사과문에서 “정치인은 평등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며 “연립정부 각 교섭단체 대표들은 해당 의원들의 모욕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을 공동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여파는 외교·문화 분야로도 번졌다. 외신에 따르면 ‘눈 찢기’ 파문 이후 핀란드의 한 TV 제작사는 일본과 진행 중이던 공동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아시아 각국 주재 핀란드 대사관에도 항의가 잇따랐다. 일부 매체는 핀란드 국적 항공사와 문화 콘텐츠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거론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가 총리 명의의 다국어 사과문을 공개하며 조기 진화에 나선 배경에는 단순한 개인 논란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외교 관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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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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