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PBS 폐지, 수주 경쟁 벗어나 ‘도전적 R&D’ 전환점 돼야

배경훈(가운데)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배경훈(가운데)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들이 인건비 확보를 위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도전적 과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R&D 성과 창출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돼온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를 폐지하는 등의 출연연 임무 수행 체계 개편 등을 담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그동안 출연연들은 1996년 PBS 도입 이후 인건비를 자체 조달해야 했다. 지난해 출연연 전체 예산 4조 8000억 원 가운데 정부 출연금은 1조 8000억 원에 그쳤고 나머지는 과제 수주로 충당됐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정부나 기업 과제를 따내기 위한 수주 경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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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R&D 투자와 과학기술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특허 출원과 논문 성과가 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는 ‘코리아 패러독스’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구자들이 PBS 탓에 실패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 연구보다는 ‘될성부른’ 과제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결국 R&D 성공률은 99%에 달하지만 대형 성과는 미미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기관 출연금으로 인건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과제 기획도 정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출연연과 산업계·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떠받치는 ‘R&D의 뿌리’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연구자들이 무한 수주 경쟁에 내몰린 구조를 손보겠다는 방향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그러나 연구가 정부 예산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자칫 하향 평준화와 단기 성과주의로 흐를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 대형·원천기술 연구의 토대를 다지고 출연연 스스로도 혁신을 통한 연구 환경 쇄신에 나서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도전적인 연구에 대해 실패를 용인하고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는 과감한 인센티브 체계도 갖춰야 한다. 다만 지난해 삭감된 연구비를 다시 증액하고 PBS를 폐지하는 것은 정부 예산 확대가 동반되는 만큼 ‘R&D 나눠먹기’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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