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코스피 시장에 비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진입 여건을 개선한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같이 기업 성장에 투자하는 모험자본기구에는 세제 지원을 비롯한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바이오 분야에만 적용되는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인공지능(AI)·우주산업·에너지(ESS·신재생에너지) 등 3개 분야에도 연내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국가적으로 중요한 핵심기술 분야에 한해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금융위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마련한 경쟁력 강화안의 핵심은 코스닥으로의 기관투자가 투자 확대다. 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가 약 68% 상승할 때 코스닥 상승률이 약 35%에 그친 건 그만큼 장기 투자하는 ‘큰손’들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문제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전체 거래 대금에서 기관투자가 거래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8.2%였는데 코스닥의 경우 4.6%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 거래 대금 비중은 각각 53.4%, 79.3%였다. 반면 회전율(1년에 주식을 사고파는 횟수)은 올 10월 말 기준 코스피가 1.26회였으나 코스닥은 4.18회였다. 코스닥이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의 단타 거래장이 된 셈이다.
우선 금융위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과 같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 기금 운용 평가 시 기준 수익률에 코스닥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하도록 검토한다. 구체적인 비율은 내년 초 기금 운용 평가 지침 마련 시 구체화될 예정이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연기금 운용 업계에서도 이 경우 코스닥 투자 대상을 확대할 유인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의 핵심 기관투자가인 코스닥벤처펀드의 세제 혜택의 경우 현재 3000만 원인 한도를 확대하고 내년 3월부터 도입되는 BDC에는 세제 혜택 신설을 적극 검토한다. 금융위는 기관투자가들이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진행 시 코스닥 투자 결정을 더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대형 투자은행(IB)의 코스닥 리서치 전담센터 운영, 기술특례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유도 등 정보 제공도 확대하기로 했다.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의 시장 체질 전환도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핵심 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송을 감수하더라도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라는 특명을 내린 만큼 상장폐지 절차도 대폭 효율화된다. 이미 금융 당국은 올 상반기 상장폐지 절차 기간을 단축해 하반기에만 코스닥 시장에서 38개사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는 최근 3년 평균(15개)의 약 2.5배 수준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거래소 내 상장폐지 심사담당팀을 기존 3개(16명)에서 4개(20명 내외)로 확대해 심사 속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5년 내 상장심사를 받은 기술과 무관한 사업으로 주된 사업을 변경할 경우 상장폐지 심사 사유로 추가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독립성과 자율성도 대폭 높아진다. 금융위는 내년 2분기부터 거래소 경영 평가 시 코스닥 본부 사업은 여타 본부와 별도로 독립 평가하기로 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다른 거래소 조직과 별도로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구조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중복 상장 세부 심사 기준을 상장 규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재는 분할 후 중복 상장에 대해서만 강화된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데, 법인을 신규 설립하거나 타 법인을 인수한 뒤 상장시키는 방식의 중복 상장에 대해서도 세부 심사 기준을 규정화한다는 방침이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3.94포인트 오른 915.27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률은 1.55%로 0.65% 오른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내년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지수는 장중 한때 상승폭을 2.30%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관 권한 확대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신경전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주가조작 합동대응단 추가 설치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찬진 금감원장은 오히려 금감원 특사경이 강제수사권과 인지권을 확보해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금융위 측에서는 “민간인 신분에 광범위한 수사권을 주게 되면 오남용 소지가 있다”고 반박성 설명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