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 활황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간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은 운용 자산 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1위 자리를 수성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시장 점유율을 가장 큰 폭으로 늘리며 성과를 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173조 5639억 원에서 이달 18일 291조 8971억 원으로 68.2% 증가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으로 테크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외 주식형 ETF를 비롯해 채권형 ETF, 파킹형 ETF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 4891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17조 4334억 원) 대비 54.4%까지 확대돼 사실상 주요 투자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운용 자산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이달 18일 기준 순자산이 110조 원으로 올해만 44조 8000억 원 늘었다. 이로써 순자산이 31조 7000억 원 증가한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94조 3800억 원)과의 격차를 소폭 벌였다. 국내 증시 호황으로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인 ‘KODEX 200’이 5조 3400억 원 증가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상품 ‘TIGER 미국S&P500(증가액 5조 1300억 원)’을 제친 덕분이다.
ETF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지난해 말 7.56%에서 이달 18일 8.66%로 1.10%포인트 확대돼 KB자산운용을 제치고 3위 자리를 굳혔다. 신한자산운용도 점유율이 3.13%에서 4.14%로 1.01%포인트 늘어나면서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 두 회사 대표 상품인 ‘ACE KRX금현물’, ‘SOL 조선TOP3플러스’ 등이 투자금을 끌어 모으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0.55%에서 1.28%까지 0.73%포인트 늘리며 점유율 순위가 10위에서 8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개별 상품 가운데 레버리지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다. 해당 상품은 올해 들어서만 175.6% 상승했다. 이어 ‘PLUS K방산(155.6%)’, ‘KODEX AI전력핵심설비(147.2%)’, ‘HANARO 금채굴기업(146.0%)’, ‘HANARO 전력설비투자(142.6%)’, ‘PLUS 태양광&ESS(140.5%)’ 등이 뒤를 이었다. 수익률 상위 5위권 안에만 NH아문디자산운용 상품 3개나 포진됐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PLUS K방산’이 수익률 1위를 차지했으나 하반기 들어 주춤하면서 순위를 내줬다.
레버리지 상품까지 포함할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IT레버리지’와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가 각각 238.7%, 227.31% 오르면서 전체 상품 중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반면 코스피 하락에 두 배로 베팅하는 ‘KIWOOM 200선물인버스2X’는 72.8% 하락해 가장 부진한 성과를 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다양하고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담은 ETF가 나오면서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투자자 관심이 많은 해외 주식형과 채권형 등을 비롯해 액티브 ETF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