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저 수준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음에도 논란의 여지가 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DC 내 종합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의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하는가 하면 트럼프미디어그룹은 정부 지원 사정거리에 있는 핵융합 업체와 합병하는 등 노골적으로 이권에 손을 뻗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케네디센터 대변인인 로마 다라비는 성명에서 “케네디센터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센터의 명칭을 존F케네디센터에서 ‘도널드J트럼프 및 존F케네디 기념공연예술센터’로 바꾸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센터를 재정적·물리적 측면에서 구해냈다”고 밝혔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이사진 구성도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물갈이한 뒤 나온 명칭 변경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케네디센터의 공연 목록이 좌편향적이라며 이사진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 센터 이사진을 초당적으로 임명하던 관행에서 벗어난 조치였다. 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당시 이사장을 해임하고 스스로 새 이사장이 됐다.
이사회 결정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놀랐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제안은 매우 저명한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이 제안했고 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케네디 (전) 대통령께 축하드린다”며 “앞으로 오랫동안 정말 훌륭한 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에 자신의 족적을 남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워싱턴DC에 있는 미국평화연구소는 ‘도널드트럼프평화연구소’로 변경됐고 백악관 이스트윙은 전면 철거돼 대형 연회장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어떤 일들은 사람의 말문이 막히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믿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럴 때는 침묵하는 게 낫다. 얼마나 오래 침묵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고 적었다. 매사추세츠 출신의 전 민주당 하원의원 조 케네디도 “누가 뭐라고 하든 링컨기념관의 이름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이 건물의 이름도 바꿀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분 40%를 보유 중인 트럼프미디어그룹은 이날 민간 핵융합 기술 개발 업체 TAE테크놀로지스와 전액 주식 교환 방식에 따른 합병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거래 규모는 60억 달러(약 8조 8680억 원) 이상으로, 트럼프미디어와 TAE는 합병 회사의 소유권을 거의 균등하게 나누게 된다. 두 회사의 합병 후 출범할 법인은 내년부터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발전소 건설에 착수하고 이후 추가로 발전소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합병 소식에 나스닥에 상장된 트럼프미디어 주가는 이날 41.9% 폭등했다.
이로써 트럼프미디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과 부동산, 이동통신 사업 등 모바일 서비스, 가상자산에 이어 핵융합 분야까지 문어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촉발된 전력 시장 호황에 대한 야심찬 투자”라고 평가했다. 가상자산 등 정부 정책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는 분야에 트럼프미디어가 잇따라 진출하면서 이해 충돌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핵융합의 경우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데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발전을 위해 지원을 늘리면 트럼프미디어에 이익이 돼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 민주당 소속 돈 바이어 하원의원(버지니아)은 “이해 충돌과 정치적 부패 가능성이 크다”며 “핵융합 보조금이 트럼프 일가가 아닌 공익에 사용되게 의회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