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본소득 재원 부담에…복지·SOC 예산도 깎는 지자체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이 이달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복한 농업·농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이 이달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복한 농업·농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1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기존의 복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삭감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허약한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기본소득 사업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2년 연천군 청산면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주민에게 소득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2년간 매월 15만 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정부는 올 10월 경기 연천과 전북 순창, 경북 영양, 강원 정선 등 7곳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했다. 탈락한 지자체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자 이달 2일 충북 옥천과 전북 장수, 전남 곡성 등 3곳을 추가했다. 국비로 예산의 40%를 지원하고 나머지 60%는 도와 군이 절반씩 부담한다.

관련기사



하지만 선정된 지자체들이 사업 예산을 구하지 못해 생활형 SOC 예산과 기존 필수 복지 예산마저 대거 줄이고 있다. 정책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분담액(210억 원)의 60%밖에 확보하지 못한 경남도는 결국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을 짜기로 했다. 순창군은 기존 아동수당과 농민수당 예산을 줄였고 신안군은 SOC 예산 축소를 검토 중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43.3%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재정자립도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153개로 전체의 63%에 달한다. ‘약골 재정’은 생각지도 않고 너도나도 포퓰리즘 기본소득 사업에 내몰린다면 재정 악순환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범 지역에 전입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2년간의 지역화폐 지급이 끝나도 지속될지 의문이다. 2022년 실험에 들어간 청산면 인구는 2023년 322명 늘었다가 지난해 109명 다시 줄었다. 현금과 지역화폐를 뿌려 지자체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단견이다. 지역 산업 재편과 생활 SOC 확충, 정주 시설 마련 등 실질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과 연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