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도시 혁신의 엔진, 동네 플랫폼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스마트도시·건축학회장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스마트도시·건축학회장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스마트도시·건축학회장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거대한 건축과 눈부신 기술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도시는 의외로 소박한 곳에서 출발한다. 바로 집 앞 5분, 매일 오가는 동네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 미래 도시 프로젝트들이 이 작은 생활권을 정교하게 설계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도요타자동차의 우븐시티 그리고 실현 여부를 떠나 도시 혁신 논의에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 구글의 토론토 스마트도시 프로젝트가 그 사례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추진된 이들 프로젝트가 공유하는 철학은 분명하다. 도시의 변화는 동네라는 생활 단위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다.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을 동네 플랫폼에 집중해 이동, 자원 순환, 돌봄·건강, 기후위기 같은 도시 난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공통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100여 년 전 지멘스가 독일 베를린의 작은 동네에서 생활 속 체험으로 전기의 가치를 증명하며 도시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방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네옴은 170㎞ 선형 도시를 수백 개의 생활권으로 나눠 주거와 공동 시설, 모빌리티를 통합한 국가 전략형 동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우븐시티는 저속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로봇·센서를 실증하는 거대한 생활 실험실이다. 토론토 스마트도시 프로젝트는 일하고 배우고 창업하며 생활하는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동네 플랫폼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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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미래 도시는 도시 운영의 최소 단위로서 동네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생활 지원과 복지 기능에 더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을 첨단기술과 결합해 동네 플랫폼에서 통합하려는 시도다. 생활권의 문제를 한 곳에서 해결하고, AI·자율주행·로봇이 생활 인프라로 작동하기 위해 사람과 기술을 연결·조율하는 동네 플랫폼은 필수다.

이런 관점에서 동네 플랫폼은 우리나라의 생활 밀착형 기반 시설(SOC)과는 다르다. 생활 SOC가 시설의 확보에 중점을 둔다면 동네 플랫폼은 생활 속에서 운영과 연결에 초점을 둔다. 주민센터와 작은 도서관 수준을 넘어 공유 오피스, 교육 공간, 모빌리티 허브, 안전관리까지 아우르는 생활 혁신의 거점이다. 특히 원격근무와 고령화 시대에 동네 플랫폼은 학습과 창업이 함께 이뤄지는 하이퍼로컬 경제의 구심점이 된다.

국가와 기업이 동네 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작은 규모의 정밀한 투자가 동네에서 성공할 때 시민은 변화를 바로 체감한다. 사회적 공감과 신뢰를 형성해 도시 전체의 혁신을 이끄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에도 동네는 서비스가 시작되고 데이터가 활발하게 생성되는 생활 경제의 현장이자 기술을 검증하고 확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고, 지속적 수익이 형성되는 현실적인 미래 시장이다.

도시의 미래는 동네를 다시 소중하게 바라보고, 계획하고, 함께 가꾸는 과정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네옴, 우븐시티, 토론토 스마트도시는 화려한 미래상이나 거창한 구호보다 사람의 삶과 첨단기술이 만나는 동네 플랫폼을 통해 실현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동네 플랫폼은 사람과 기술, 경제와 환경을 하나로 묶는 도시 혁신의 엔진이며 미래 도시 생활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핵심 거점이다. 지금 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없다면 미래 도시는 구호에 머물 뿐 우리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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