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아연이 미국에 약 10조 원 규모의 제련소 투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쟁점은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수단인지, 아니면 회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북미 거점 확보를 통한 장기 성장 전략인지에 있다. 전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통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문제 제기이고, 후자는 해당 투자가 오히려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주장이다.
주주가치의 보존은 시장자본주의의 정상 작동을 위한 기본 전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여부는 법원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판단할 사안이므로, 여기서는 회사 측 주장처럼 해당 투자가 기존 주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을 A, 거래 상대방을 미국 정부가 아닌 개인 B, 투자 규모를 억 원 단위로 단순화해 거래 구조를 살펴본다.
A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B에게 지분 10.59%와 이사 2인 지명권을 부여하고, 그 대가로 2.85억 원을 조달한다. 여기에 A의 자체 자금 0.85억 원을 더해 총 3.7억 원으로 미국 내 자회사 C를 설립한다. 이후 C는 은행 차입 3.45억 원, B로부터 동일 금액의 대여금, 그리고 정부 보조금 0.3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 총 10.9억 원을 공장 건설에 투입한다.
문제는 자금 조달 조건이다. C는 차입금 이자 외에도 매년 최대 0.15억 원의 수수료를 B에게 지급한다. 동시에 A는 C의 차입금 6.9억 원에 대해 120%에 해당하는 8.39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며, B가 권리를 행사할 경우 C 지분 14.5%에서 최대 34.5%까지를 이전해야 하는 구조다.
A의 주주 입장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사안은 이 지급보증이 초래하는 추가적 재무 위험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A의 별도 기준 부채는 5.25억 원으로, 지급보증액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비록 전액이 즉시 부채로 인식되지는 않더라도, 향후 4년간 설비투자만 진행되고 수익 창출이 본격화되지 않는 기간 동안 A의 조달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음으로는 C가 부담하는 이자, 수수료, 성과보수, 지분 이전 조건 등 거래 구조 전반의 합리성이다. 하방 위험은 대부분 A가 부담하는 반면, 상방 잠재력은 B와 공유하는 비대칭적 구조라면, 그 조건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 요구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의 수익성이 전제된다면 투자 검토의 여지는 있다. 회사 측은 2030년 매출 5.6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25억 원을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치이며, 매출 변동성이 ±1억 원인지 ±3억 원인지에 따라 투자 판단은 크게 달라진다. 총 투자액 10.9억 원을 연간 EBITDA 1.25억 원으로 회수하는 데만 약 8.8년이 소요되고, 여기에 4년의 투자 기간을 더하면 사업 전제는 12년이 넘는 장기 전망에 기반한다.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합리적 의문이 제기된다. 만약 회사가 보수적인 가정 하에서도 충분한 사업성을 확신했다면, B는 왜 C의 지분 투자가 아닌 A에 대한 지분투자를, 그리고 C에 대한 대여금 방식을 택했는가. 특히 대여금에 더해 C에 대한 신주인수권까지 확보한 구조라면, 그 선택의 배경은 주주에게 명확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
이제 A를 고려아연으로, B를 미국 정부로, 투자 규모를 조 단위로 확대하더라도 거래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숫자의 크기나 명칭이 바뀐다고 해서 주주가 제기하는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우발부채 가능성, 비대칭적 거래 구조의 형성 이유, 그리고 양호한 미래 현금흐름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분이 아닌 대여금 방식이 선택된 배경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가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이는 특정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주주가 기업의 소유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검증이다. 주주가치 훼손은 종종 거창한 실패가 아니라, 이러한 기본적인 질문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투자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