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규제 사각지대·환각현상' 외국 법률 AI챗봇 [오정익의 AI Law 인사이트]

오정익 법무법인 원 인공지능&테크팀장(변호사)





국내에서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과 유사한 형태로 이른바 법률 AI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다. 예컨대 ‘엘박스AI’ 서비스를 하는 엘박스, ‘슈퍼로이버’ 서비스를 하는 로앤컴퍼니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 기업들은 ‘변호사’ 인증을 받은 이용자에게만 AI 챗봇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등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가 금품 등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법률상담 등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경우 형사처벌(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법률 AI챗봇 서비스가 법률사건의 해결에 필요한 실체적 또는 절차적 사항에 관하여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어 법률사무의 하나인 ‘법률상담’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변호사가 아닌 기업이 이 같은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유료로 제공하면 변호사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 이용자가 ‘변호사’인 경우에는 해당 서비스가 독자적으로 법률 의견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돼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결국 이 회사들은 일반인에게는 법률 AI챗봇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변호사에게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들의 유료버전 서비스는 국내 법률 AI챗봇 서비스와 유사한 수준의 법률상담 결과물을 제시하지만 이용자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다. 국외 기업은 국내 기업과 달리 전혀 제약을 받지 않고 사실상 법률AI챗봇 서비스를 국내에서 자유롭게 제공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만이 국내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는 반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오픈AI나 구글 등과 같은 국외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나 관할 행정기관 등은 이에 대해 별다른 규제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만 역차별 받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규제 환경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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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려스러운 점은 앞서 챗GPT나 제미나이 등은 국내 법령이나 판례 등에 특화되어 있지 않아 국내 기업 서비스에 비해 환각현상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국외 법률 AI챗봇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존재하지도 않는 판례를 인용하거나 전혀 관련성도 없는 판례를 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법률적 결론도 틀린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은 챗GPT나 제미나이 등이 제시한 결과물을 신뢰할 수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의뢰인이 챗GPT나 제미나이 등을 활용해 자신이 찾은 판례라고 하면서 변호사에 ‘왜 이런 내용도 있는데 반영을 안하냐’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법률 검토에 들어가면 오류가 다반사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이게 왜 잘못되고 틀렸는지에 관해 설명하느라 진을 빼게 된다. 듣기로는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변호사 비용을 아끼겠다면서 일반인이 직접 챗GPT나 제미나이를 유료로 사용하면서 소송에서 서면 작성 등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변호사 비용을 아끼려고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국외 기업의 챗봇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되려 낭패를 보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법률가조차 제대로 된 검토 없이 AI 법률챗봇 결과물을 활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생긴다.

국외 기업의 서비스가 법적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면서 국내 이용자는 국외 기업에 이용료를 지급하면서도 도리어 더 위험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챗봇이 제공하는 결과물이 틀린 법적 의견을 제공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약관상 국외 기업에 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해당 챗봇서비스를 법적 영향이나 중대한 영향을 주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사실상 유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을 용인하면서도 그 결과가 잘못되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만약 피해자가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해도 국외 기업의 본사가 미국에 있어 역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제미나이의 경우 국내 법인인 구글코리아가 아니라 미국 델라웨어주 법률에 따라 설립되고 미국법에 따라 운영되는 Google LLC가 운영하고 있다.

AI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국외 기업의 국내 진출은 더욱 빨라지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외 기업에 제대로 된 규제를 하지 못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 하루라도 빨리 국내외 기업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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