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노후 준비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인 20~30대부터 시작해야 하고 50대부터는 퇴직 후 할 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가계의 현재 자산 구조는 장기 생애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50대가 가계 자산이 가장 많은 시기지만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실제 노후 생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시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강 대표는 1973년 한국거래소에 입사한 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도쿄사무소장, 현대투신운용 사장,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미래에셋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23년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를 설립하고 노후 설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강 대표는 최근 출간한 ‘강창희의 100세 설계 수업-3050에게 필요한 노후 준비 참고서’를 통해 노후 설계가 특정 연령대의 과제가 아니라 평생 과정임을 강조한다. 그는 “퇴직 전에 시작해야 하는 노후 대비는 인생 후반에 대한 전략이 아닌 대응”이라며 “20~30대에는 연금 가입과 투자 지식 축적, 40대에는 자녀·건강 리스크 관리, 50~60대에는 가계 자산 구조조정과 퇴직 후 할 일 준비 등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강 대표는 “직장 퇴직 직전에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생애주기에 맞춘 장기적 자산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한국 가계의 노후 문제가 이미 구조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6억 1400만 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5억 110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중 4억 2700만 원이 거주용 주택 등 부동산으로 묶여 있어 실제로 사용 가능한 금융자산은 84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는 “8400만 원으로 100세 시대의 노후 30~40년을 버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부동산은 보유하는 것보다 노후자금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이 59만 원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연금, 금융자산, 인적 자본을 결합한 노후소득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가정에서 자녀 교육비와 부동산 지출이 노후 준비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에 대해 강 대표는 한국의 교육비 지출 구조 자체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CNN은 최근 ‘한국은 소득 대비 자녀 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며 “그러나 취업을 못 하고 쉬는 2030세대는 68만 명,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은 313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지금 시대에는 좋은 로드맵이 아니다”라며 “현 시대의 취업 시장에서는 전문성이 핵심이고 자녀를 지나치게 후원하는 방식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돌봄·간병 인력 부족을 20~30년 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사회현상이 20년 정도 앞서 있는 일본의 경우 이미 ‘개호(돌봄·간병) 대란’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며 “한국은 간병인의 상당 비율을 외국인 노동자가 담당하는 실정에서 20~30년 후 그 인력마저 줄어든다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후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관계·역할·시간·돌봄까지 포괄하는 종합 설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저성장·결핍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태도는 ‘절제와 자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취 기회가 많은 고성장 시대에는 있어야 할 것의 기준을 높게 가져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갖춰야 할 기준이 높을수록 좌절과 불행이 커지기 때문에 결핍에 적응하는 능력이 곧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 세대가 살아온 방식의 복사·반복으로는 더 이상 노후가 준비되지 않는다”며 “시대가 달라진 만큼 새로운 노후 설계가 필요하고 그것을 인정하면서 빨리 실행하는 게 노후 준비의 출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