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부동산 시장 구조적 변화중…금융안정 리스크 더 키운다

■한은 금안보고서

①서울·비수도권 양극화

②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③대출 눌러도 집값은 뛰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 주택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 변화 국면에 접어들며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택가격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전세 비중은 빠르게 축소되고 월세가 이를 대체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서울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이른바 '탈(脫)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이어가더라도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는 가계부채 부담이 다시 확대되고, 주택가격 회복이 더딘 지역의 금융기관은 경영건전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은 23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짚으며, 일관된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지역별 주택시장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주택시장 구조 변화의 핵심 축으로 △지역 간 주택가격 차별화 심화 △월세 가구 증가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 동조화 약화를 지목했다.

특히 서울 주택시장의 과열 수준은 지표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3분기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0.9로, 해당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21년 1분기 0.87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했다가 2023년 4분기(0.25) 이후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소득·임대료·전국 대비 서울 아파트 가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건설투자 갭 등을 종합해 산출한 지표로, 실물경제의 기초 체력에 비춰 주택시장이 얼마나 과열됐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기간 수도권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0.73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비수도권은 -0.75로 2023년 3분기 이후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가며 대조를 이뤘다.



서울의 자산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월 말 기준 43.3%로, 2020년 고점을 넘어섰다. 서울의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비율은 2분기 기준 약 3배에 달해, 서울에서 창출되는 연간 부가가치보다 아파트 자산 가치가 훨씬 빠르게 불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비율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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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선호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된 데다 외지인의 서울 주택 매입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도권 인구 유입이 지속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와 상급지 이동 수요가 서울 아파트 쏠림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수도권 주택시장 부진은 금융기관 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구(-26.6%), 부산(-18.0%) 등 주요 광역시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20% 안팎 하락했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가계대출 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는 데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누적과 착공 감소로 지역 건설경기 위축도 심화되고 있다.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의 구조적 축소가 뚜렷하다.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올해 10월 60.2%까지 상승해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부각된 데다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임대인의 월세 선호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월세 비중 확대는 가계부채 축소와 갭투자 감소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소득 대비 17.4%에서 21.2%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점은 가계부채의 ‘양’은 줄어들고 있지만 ‘질’은 오히려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99.2%에서 올해 2분기 89.7%로 낮아졌지만, 연체율 상승 등으로 가계부채의 질적 취약성은 2022년 이후 다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대출 규제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동안 서울 매매가격지수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과거 유사하게 움직였던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간 관계가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출에 의존한 ‘영끌’ 수요는 억제됐지만,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 중심의 매수세는 규제로 제어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택 구입 시 자기자본 비중은 8월 41.3%로 연초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은은 서울 집값 상승이 규제지역 밖으로 확산될 경우 차입 여건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경계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시장과 금융불균형 관리를 정책의 중심에 두되, 비수도권에 대해서는 미시적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 정책을 통해 기대심리를 완화하고, 월세 확대에 따른 저소득·고령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비수도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지역 간 주택시장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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