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이지스운용 빅딜 본격 수사…"매각 분수령"[시그널]

경찰, 31일 흥국생명 고소인 조사

내년초 주관사·대주주 소환 방침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악영향 줄듯

이지스자산운용 서울 여의도 본사. 서울경제DB이지스자산운용 서울 여의도 본사. 서울경제DB




경찰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갈등을 둘러싼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가 최종 매각 성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31일 흥국생명 관계자를 소환해 고소인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흥국생명은 이달 11일 서울경찰청에 이지스운용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와 대주주 측 5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바 있다. 경찰은 고소장과 매각 관련 진행 상황을 토대로 최근까지 내사를 진행해왔다. 고소인 조사가 곧 시작되면서 수사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내년 초 주관사 모건스탠리 대표와 이지스운용 주주대표 등 피고소인들을 소환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11일 진행한 이지스운용 매각 본입찰에서 인수가로 1조 500억 원을 제시했다. 이는 경쟁사 대비 가장 높은 입찰 가격이었다.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와 한화생명은 9000억 원대 중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각 주관사는 본입찰 이후 힐하우스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기회를 부여했고 이에 힐하우스가 다시 1조 1000억 원을 적어내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냈다.




흥국생명은 주관사 모건스탠리가 본입찰을 앞두고 이른바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딜이란 입찰 마감 후에도 입찰자를 대상으로 다시 가격을 올리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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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각 측은 이 약속을 뒤집고 본입찰 이후 힐하우스 측에 경쟁사들의 입찰가를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흥국생명은 보고 있다. 또 이어진 추가 개별 협상을 통해 힐하우스에 더 높은 가격을 써내도록 유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일은 공정성을 파괴하는 입찰방해 행위이자 금융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고소장에 적시했다. 경찰 역시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이지스운용 매각의 최종 성사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분쟁 종결 전까지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이지스운용 대주주 측과 힐하우스는 내년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매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회사의 최고경영진은 최근 임직원에 보내는 사내 공지를 통해 힐하우스로의 매각을 기정사실화 했다. 법적 분쟁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없으며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규성 이지스운용 대표는 “현재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절차 가 남아 있다”면서도 “(힐하우스 측은) 한국의 규제 환경과 정서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당국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매우 성실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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