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열린송현] 항공 MRO 산업 육성 시급하다

◆민풍식 극동대 항공정비학과 교수

해외정비 의존, 자립기반 갈수록 취약

기술 축적 어렵고 운송비 부담 증가

MRO허브공항 등 국가지원책 마련을

민풍식 극동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민풍식 극동대 항공정비학과 교수




항공 우주산업의 최근 성과가 눈부시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에 이어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아리랑 7호 위성도 궤도에 안착했다. 내년에는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양산에 들어간다. 기쁜 일이지만 간과하는 게 있다. 우리는 항공 우주산업에서 돈을 얼마나 벌까. 항공 우주 부문은 최대 적자 공산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장 기본적인 정비에서도 외화가 줄줄 새는 형국이다.



외형상으로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규모도 커졌다. 1948년 DC-3 여객기 3대로 나래를 편 운항 산업은 헬기 포함 878대의 각종 항공기를 운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운송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8위에 올라섰다. 비약적인 발전에는 응당 누려야 할 부수 효과가 있다. 항공정비산업(MRO)이 성장할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MRO 산업은 부진의 늪에 갇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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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의 해외 정비 지출은 약 2조 원에 달한다. 저비용항공사들의 해외 정비 의존율은 71.1%에 이른다. 최근 5년간 군용기 해외 정비 지출도 약 2조 5000억 원 수준이다. 적자가 계속 쌓이는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운항과 정비를 단일 체계에서 처리하면서 MRO 기술 확보와 인프라 확충에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베트남·몽골 등 해외 정비에 매달렸다. 결과적으로 항공정비산업의 자립 기반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항공 정비 해외 의존의 폐해는 심각하다. 당장은 비용 절감이 달콤하겠지만 종국에는 국내 MRO 전문인력의 양성과 유지, 기술 축적을 어렵게 만든다. 고부가가치 기반의 기술집약적 산업인 MRO가 국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 지속되면 막대한 정비비 유출과 항공운송 산업의 비용 부담 가중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래항공교통(AAM) 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항공 안전, 감항 기술 기준을 갖춘 정비 체계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내 종합 MRO 기반의 취약성은 더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미래형 항공기까지 해외 정비에 의존하면 우리나라 항공 산업 생태계는 기저부터 흔들린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MRO를 운송·제조업의 부수 기능이 아니라 국가전략산업이자 공익 산업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 종합 MRO 허브 공항 구축을 비롯해 국제 인증 지원 체계와 전문인력 양성체계, 종합 MRO 업체·항공사 협력 등 중장기 로드맵을 갖춘 국가 지원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구조적 침체에 빠진 한국의 항공 MRO와 달리 싱가포르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 아래 글로벌 MRO 강자로 자리 잡았다. 한국 항공 기술이 싱가포르보다 상위인데도 MRO는 한참 밑에 있는 현실은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항공 우주산업의 하부구조인 MRO 분야의 법·제도적 지원책이 갖춰지면 우리도 어렵지 않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정적인 항공 종합 MRO 기반 확보는 안전과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며 AAM 등 차세대 항공 시장을 대비한 선행 투자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하다. 투자 회임 기간도 길지 않다. 쉬운 것부터 생태계를 조성해나간다면 싱가포르 수준의 MRO 선진국은 결코 꿈이 아니다. K항공 종합 MRO 자립화 체계를 구축할 때 한국 항공 산업의 미래도 함께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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