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언론자유 침해 ‘허위조작법’ 통과, 민주주의 퇴행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법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해 퇴장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법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해 퇴장했다. 연합뉴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2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으나 민주당이 24시간 만에 강제 종료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개정 법률은 손해를 가할 의도나 부당 이익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재산권 및 공익을 침해하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무엇보다 개정법은 ‘허위정보’를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로 규정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조항이 오남용되면 인터넷상의 국민 게재 글이나 언론 기사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극히 미미하거나 중요한 대목이 아님에도 해당 글 전체가 허위정보로 제재받을 수 있다. 가칭 ‘자유와 인권 워킹그룹’의 변호사들은 이날 “국가 검열 가능성을 열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개정법의 수정 또는 폐기를 권고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가 정치적 고려 없이 설립 목적인 기본권 보호 및 민주적 기본 질서 확립의 소명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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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보통신망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조항이 삭제되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힘을 실은 민주당 의원들은 9월 ‘형법상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비리나 범죄를 저지른 자를 보호해주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불과 석 달 뒤 정보통신망법에서는 해당 처벌 조항을 존치하다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를 지적했던 만큼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은 권력자들에게 더 큰 자유를 주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은 ‘허위정보 차단’을 위한 불가피한 입법이라고 항변하지만 ‘국민 입틀막법’이라는 각계의 비판은 점점 더 거세질 것이다. 여당은 국민의힘에 위헌 정당 해산을 외치기 전에 스스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지 않은지부터 돌아봐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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