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신인 시절 존재감 없던 무명이었는데…노승희도 고지원도 이율린도 반전의 ‘늦바람 우승’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는 노승희(왼쪽)와 이다연. 사진 제공=KLPGA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는 노승희(왼쪽)와 이다연. 사진 제공=KLPGA




2023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거센 신인 돌풍이 불었던 해였다. 김민별이 신인왕이 된 그 해 신인 2~4위는 황유민, 방신실, 김민선7이었다. 올해 김민별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방신실이 3승을 거뒀고 황유민과 김민선7도 1승을 획득했다.



31개 대회가 치러진 2025시즌 KLPGA 투어에서 2023년 데뷔한 선수들이 합작한 승수는 무려 9승이다. 그 해 신인 랭킹 5위 밖 선수들이 4승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2023년 신인 7위인 고지원이 2승을 거뒀고 신인 9위 리슈잉(중국)과 신인 13위 이지현7도 1승씩 더했다. 세 선수 모두 올해 생애 첫 우승이다. 고지원은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리슈잉은 광남일보 해피니스 오픈에서 외국 국적 선수로는 10년 만에 K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상상인 한경와우넷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율린은 2023년 신인 13위 이지현7의 새로운 이름이다.

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는 고지원(왼쪽)과 배소현. 사진 제공=KLPGA동반 라운드를 하고 있는 고지원(왼쪽)과 배소현. 사진 제공=KLPGA


2025년 시즌 특징 중 하나는 신인 때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선수들이 유난히 우승을 많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신인 때 랭킹 5위 밖에 머물던 선수들이 합작한 승수가 13승에 이른다.

신인 때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가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주인공은 더헤븐 마스터즈 챔피언 노승희일 것이다. 올해 우승은 한 번 뿐이지만 준우승 5회를 기록한 노승희는 상금 2위, 대상 포인트 4위, 평균 타수 4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노승희는 유해란이 신인왕에 올랐던 2020년 신인 랭킹 7위에 불과했다.

퍼팅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는 이율린. 사진 제공=KLPGA퍼팅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는 이율린. 사진 제공=KLPGA




노승희 외에 상금 7위 이다연, 상금 8위 성유진, 상금 9위 이가영이 신인 때 랭킹 5위 밖에 있었던 선수들이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다연은 이정은6가 신인왕에 올랐던 2016년 신인 랭킹 8위였고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자 성유진과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챔피언 이가영은 조아연, 임희정, 박현경, 이소미가 신인 1~4위를 차지했던 2019년 신인 랭킹 14위와 6위를 기록했던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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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경사를 파악하고 있는 성유진. 사진 제공=KLPGA그린 경사를 파악하고 있는 성유진. 사진 제공=KLPGA


특히 이다연은 신인 때만 해도 미운 오리새끼 신세였으나 지금은 백조의 날개를 가진 골프 스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2016년 신인 이다연은 정말 참담한 성적을 냈다. 25번 대회에 출전해 절반 이상인 14차례나 컷오프를 당했는데, 그 중에는 9연속 컷오프도 있었다. 하지만 밥 먹듯 컷오프를 당하던 신인은 개천에서 용이 나듯 올해까지 9승을 쓸어 담는 ‘골프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그린 경사를 읽고 있는 박혜준. 사진 제공=KLPGA그린 경사를 읽고 있는 박혜준. 사진 제공=KLPGA


이밖에 2017년 신인 11위 배소현, 2020년 신인 6위 정윤지, 2021년 신인 7위 박보겸, 2022년 신인 10위 박혜준 그리고 2024년 신인 9위 신다인이 올해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다.

존재감 없는 신인 시절을 보낸 선수 중 최고 스타로 떠오른 주인공은 단연 ‘남달라’ 박성현일 것이다. 박성현은 2014년 신인 시절에는 정말 ‘남다르지 못한’ 성적을 냈다. 그해 박성현의 신인 랭킹은 8위에 불과했다. 24개 대회에 출전해 10차례 컷오프 됐고 10위 이내에 든 것도 3번뿐이었다. 하지만 2015년 3승을 거두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2016년에는 무려 7승을 올리는 대활약을 펼쳤다.

그린 경사를 파악하고 있는 이가영. 사진 제공=KLPGA그린 경사를 파악하고 있는 이가영. 사진 제공=KLPGA


올해 신인 바람은 유난히 약했다. 시즌 도중 시드를 획득한 김민솔이 2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신인 랭킹에 들 수 있는 대회 수를 충족하지 못해 다시 ‘2026년 신인’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신인 랭킹에 올라 있는 선수 중에서는 챔피언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수면 깊은 아래에서는 ‘미래의 박성현’ ‘미래의 이다연’을 꿈꾸며 서슬 퍼런 샷을 갈고 있는 잠룡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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