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강력한 구두 개입과 세제 혜택을 앞세운 ‘서학개미 불러들이기’ 정책에 힘입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은 이날 개장하자마자 1484.9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위협했으나 정부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과 달러 수요 감소 정책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외환 당국의 개입은 강력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기재부는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0%)를 한시적으로 비과세하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신설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RIA는 올해 12월 23일 기준으로 보유한 해외 주식을 매각하고 국내 주식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세를 1년간 부과하지 않는다. 세제 감면 혜택은 내년 1분기 복귀분의 경우 100%, 2분기는 80%, 3분기는 50%가 각각 감면된다. 일종의 ‘주식 리쇼어링’인 셈이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에서 인센티브로 방향을 튼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선택이다. 그동안 정부는 개인의 해외투자가 환율 상승의 주범이라며 해외 주식 양도세 인상까지 검토하다가 이제야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급선회했다. 돌이켜보면 허비된 시간이 아쉬울 뿐이다. 실제로 정부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이달에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3조 원이 넘는다. 한은이 이날 밝힌 12월 소비자심리지수를 봐도 환율 상승의 여파로 전월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한 109.9로 집계돼 1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환율 상승은 서학개미뿐 아니라 잠재성장률 하락, 한미 금리 차 확대, 기업의 해외 현지 자금 보유 확대, 시중 유동성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원화 안정은 재정 관리와 성장 전략을 포함한 구조 개혁, 증시 체력 강화, 국내외 자금이 머물 수 있는 투자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반시장적 규제가 아니라 일관된 친시장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당국은 곱씹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