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물랑루즈!’가 중장년층, 엄마와 딸 등 여성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며 ‘맘마미아’ ‘마타하리’ ‘시카고’ 등에 이어 여성 관객들의 ‘스테디 셀러’ 뮤지컬로 자리잡고 있다. 2022년 초연 이후 재연되고 있는 이 작품은 옛날 드라마를 보듯 친근한 스토리와 추억의 팝이 넘버로 활용돼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편 뮤지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가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작품은 2001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가 원작이다. 1899년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화려한 극장 ‘물랑루즈’의 최고 스타 샤틴과 미국에서 온 작곡가 지망생 크리스티안의 순수하고 애절한 사랑이 작품의 시그니처 컬러인 붉은 색 무대 위에 펼쳐지며 관객들에게 사랑의 추억을 소환한다. 여기에 ‘사랑의 빌런’ 몬로스 공작이 등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폐업 위기에 처한 물랑루즈에 몬로스 공작의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후원을 이끌어낼 이는 오직 샤틴뿐이라는 설정은 삼각관계가 만들어낼 갈등과 비극을 고조시킨다.
화려한 파리 극장의 스타와 애송이 작곡가 그리고 부와 권력을 동시에 가진 공작의 삼각관계라는 설정은 식상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화려한 뮤지컬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서사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시리즈물이나 영화가 아닌 옛날 드라마 같은 흐름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연기, 코믹한 요소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캉캉춤 등 화려한 퍼포먼스를 비롯해 2700개의 조명, 작품의 상징인 대형 빨간 풍차와 코끼리가 무대의 양옆에 등장해 관객들을 ‘물랑루즈의 세계관'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70개의 추억의 팝을 ‘매시업(서로 다른 곡을 조합해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해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한번은 들어봤을 법한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 아델의 ‘롤링 인 더 딥’, 위크더문의 ‘셧 업 앤 댄스’ 등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 외에 감초처럼 등장해 웃음을 선사하는 극장 단장 지들러와 샤틴의 ‘케미’를 비롯해 관능적인 톱 스타 샤틴이 약간 ‘푼수끼’ 있고 의리 있는 캐릭터로 설정되면서 뜻밖의 코믹 연기를 선보인 점은 극의 재미를 살리고 연말에 보기 좋은 작품으로 재탄생한 비결이 됐다는 평가다. 영화로 치면 ‘쿠키 영상’에 해당하는 엔딩의 관객 참여 유동 퍼포먼스도 화제다.
크리스티안 역에는 홍광호·이석훈·차윤해, 샤틴 역에는 김지우·정선아, 지들러 역은 이상준, 몬로스 공작 역은 박민성·이창용이 각각 캐스팅됐다. 공연은 내년 3월 2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