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어느 세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날까. 얼마 전까지는 70대 이상이었는데 요즘엔 20대로 바뀌었다. 한국갤럽이 지난주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 내린 55%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지지율은 39%로 70대 이상(41%)보다도 더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29.1%에 그쳤다. 30대 지지율도 46.6%로 전체 평균(53.4%)보다 훨씬 낮았다.
20대와 30대 초반 청년층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높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 갈래로 분석한다. 우선 정책 측면에서 청년 취업난과 전월세 급등으로 일자리·주거에서 불안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둘째, 50대와 40대가 민주화 세대, 전교조 세대로서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지만 20대와 30대 초반은 선진국 문턱의 생활을 경험해온 ‘신안보 세대’라는 점도 거론된다. 셋째, 기회의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층은 대장동 사건, 조국 사태 등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만난 청년들은 “젊은이의 안정적 일자리 구하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려운 현실이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자리가 없는 2030세대가 최근 16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로서 일을 하려는 의향이 있는데도 일자리 밖에 내몰려 있는 2030세대는 지난달 총 158만 9000명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만 8000명 늘었다.
청년층은 질 좋은 일자리를 바라지만 대기업 등은 경력을 가진 근로자를 원하는 ‘미스매치’ 상황이 2030세대의 고용절벽을 심화시키고 있다. 저성장 장기화도 저고용을 낳는 요인이다. 또 빠르게 확산하는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청년층 취업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국내외에서 ‘잡포칼립스(Jobpocalypse)’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이유다. 일자리(job)와 대재앙(apocalypse)의 합성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는 청년들이 취업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게다가 집값·전월세와 물가 상승까지 겹쳐 생활비 감당이 어려워진 청년들의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30세대 취업난은 경제 위기와 정치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청년층 일자리 대재앙의 뇌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세대 갈등을 줄이면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각종 지원금을 비롯한 현금을 나눠주는 것은 임시 땜질과 득표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지속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노동 개혁을 통해 청년들의 질 좋은 신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다. 노사 대타협을 통해 강성 노조의 기득권을 축소하고 기업의 해고·채용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인다면 전체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하므로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 정년 연장도 청년층 신규 일자리 축소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현실에 맞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AI 시대에 기업의 구인 수요에 맞출 수 있도록 일자리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미국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감당 가능한 생활비(affordability)’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생활비 조달은커녕 기초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젊은이 몇 사람을 공천하는 이벤트 정치만으로는 2030세대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특히 여권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등 정치사회적 논란을 낳는 법안 강행보다 우리 사회의 뇌관인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아픈 청춘들의 불안·불만·불신 등 ‘3불(不)’ 치유를 방치한다면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