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스마트팩토리 확대를 목표로 신설했던 데이터·정보기술(DIT)센터를 폐지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미국의 친환경 정책 제한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자동화 전환 전략에 변화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달 조직 개편을 통해 사장 직속 인프라센터 산하에 있던 DIT센터를 없애고 센터 소속 팀들을 생산기술연구소에 재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DIT센터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올 3월 설립된 조직이다. 글로벌 공장들의 지능화·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목표로 세웠지만 조직 구성 9개월 만에 폐지를 단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센터장을 맡았던 이승준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SW) 전문 기업인 현대오토에버 SDX사업부장으로 이동했다. 이 상무는 현대오토에버 SDX사업부에서 현대차그룹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담당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삼성SDI DIT센터장을 맡을 당시 배터리 제조 공정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고도화한 스마트공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 임무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를 위해 만든 조직인 DIT센터가 폐지되고 센터장마저 퇴사하자 삼성SDI의 스마트팩토리 전환 전략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배터리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예전보다 줄어들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SDI는 올 3분기 매출 3조 518억 원, 영업손실 5913억 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3978억 원)보다 손실 폭이 커졌으며 매출도 4% 감소했다. 아울러 배터리 공장이 스마트팩토리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적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다만 삼성SDI는 DIT센터 폐지와 별개로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차질 없이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에 대해 “AI 활용, 검사·물류 등 자동화 설비 개발 업무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원래 DIT센터에 있던 3개 팀은 생산기술연구소로 이관했다”며 “스마트팩토리 전환 전략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