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약자석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신장암 투병 중인 40대 여성이 퇴근길에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한 고령 승객으로부터 공개적인 항의를 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3년 전 신장암 수술을 받은 뒤 현재까지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수술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곧바로 직장에 복귀하면서 체력 저하와 어지럼증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발생한 날도 상황은 비슷했다. 퇴근 시간대 만원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느낀 A씨는 빈자리를 찾다 노약자석에 앉았다. 그러나 이후 열차에 탄 한 고령 승객이 A씨 앞에 서서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해당 승객은 “노약자석 뜻을 모르느냐”, “젊어 보이는데 왜 여기에 앉아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고 A씨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음에도 항의를 멈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내가 올해 71세”라며 신분증을 꺼내 보이고 자리를 비우라고 요구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주변 승객이 상황을 보다 못해 대신 자리를 양보했지만 노인은 그 자리에 앉지 않고 항의를 이어갔다. 열차 안에서는 한동안 불편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한다.
A씨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맞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노약자석이 노인만을 위한 좌석은 아니지 않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아픈 상태로 잠시 앉아 있었을 뿐인데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노약자석은 경로석이 아니라 교통약자를 위한 자리”라며 “부상자나 환자, 장애인 등도 이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연 속 어르신의 행동은 지나친 요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 역시 “겉모습만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상대방이 몸이 아프다고 설명했다면 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교통약자를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등 이동에 불편을 겪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노약자석도 2005년 법 시행 이후 ‘교통약자석’으로 명칭이 바뀌며 이용 대상이 확대됐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노약자석은 배려석이지 특권석이 아니다”, “젊어 보여도 아플 수 있다”, “설명까지 했는데 계속 몰아붙인 건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제도적 안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