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인공지능(AI)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연초부터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증권가의 시선이 제약·바이오주로 이동하고 있다. AI·반도체 쏠림이 심화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기술 수출과 글로벌 제약 산업 구조 변화라는 중장기 모멘텀을 갖춘 바이오가 차기 순환매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1조원의 기술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KRX 헬스케어 지수는 연초 대비 30% 넘게 상승했다. 반도체·증권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올해 추가 상승 여력을 남겼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 기술 수출·CDMO 수요 확대…“구조적 상승 요인”
시장에서는 최근 바이오주 강세를 단기 테마가 아닌 기술 수출 기대 재부각이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에이비엘바이오의 대형 기술 이전 계약 이후, 특정 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제약·바이오주 전반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이 특허 만료에 따른 대규모 매출 공백에 직면하면서 외부 기술 도입과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호재로 꼽힌다. 대신증권 이희영 연구원은 “2030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69개의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고, 빅파마는 약 2560억달러 규모의 매출 공백에 직면해 있다”며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외부 기술 도입과 CDMO 수요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AI 반도체 과열에 따른 포트폴리오 분산 수요 역시 바이오주에 우호적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AI 섹터가 단기 과열이나 유동성 노이즈로 조정을 받을 경우, 바이오 종목이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보완하면서 또 다른 초과 성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바이오 솔루션이 공개될 ‘CES 2026’을 거론하며 “AI와 바이오라는 양대 축에 강한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선두…대형주가 분위기 주도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이끄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JP모건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이 잇달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4·5공장 가동 효과와 미국 생산시설 확보, CDMO 경쟁력 강화가 주요 근거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중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를 업종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6공장 착공 여부와 신규 모달리티 CDMO 투자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기대감이 대형주를 넘어 섹터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지난해 나란히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북미 생산시설 가동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올해 ‘5조 클럽’ 입성을 노리고 있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13% 이상 상향 조정하는 등 대형 바이오주에 대한 눈높이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간 수주 증가 폭에 비해 현재 시가총액은 여전히 보수적인 수준”이라며 “대형주 실적 가시성이 높아질수록 바이오주는 반도체 이후를 잇는 순환매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 바이오주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제약·바이오주가 반도체 이후를 잇는 순환매 주도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