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초부터 숨 돌릴 틈 없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지수 하락에 베팅한 ‘곱버스’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기대가 여전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하락장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수익률 하위 5개 상장지수펀드(ETF)는 모두 인버스·곱버스 상품이 차지했다.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RISE 200선물인버스2X’는 연초 이후 26.6% 손실을 기록했고, ‘KODEX 200선물인버스2X’ 역시 약 2주 만에 26.5% 하락했다.
곱버스 ETF는 지수가 하루 단위로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구조다. 그러나 지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손실이 복리처럼 누적되는 특성이 있어 장기 투자에는 불리하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말 4214.17에서 연초 이후 장중 4700선을 넘나들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자 곱버스 투자자들의 계좌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 베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4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올 들어서만 누적 순매수 규모는 3200억원에 달한다. 급등 이후 조정이나 숨 고르기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장의 방향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정반대의 성과를 내고 있다. ‘KODEX K방산TOP10레버리지’는 올 들어 68% 넘게 급등하며 전체 ETF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SOL 조선TOP3플러스 레버리지’와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도 각각 40% 이상 상승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과열 신호는 감지되지만, 하락 전환을 논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74%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두 종목 모두 단기적으로는 주가 이격도가 높아 차익 실현 빌미가 될 수 있지만, 중장기 실적 가시성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코스피 전체 순이익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114%, 75%로 지수 평균을 크게 웃돈다. NH투자증권은 반도체 이익 사이클을 감안할 경우 코스피의 중기 상단을 5600선까지 열어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관계자는 “단기 조정 가능성과 추세적 하락은 구분해야 한다”며 “지금의 곱버스 쏠림은 하락에 베팅한다기보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심리적 피로감의 반영에 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