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3일 정기국회 소집과 동시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8일 조기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식료품 소비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 공약을 쏟아내면서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27일 선거 시작을 알리는 공시를 거쳐 다음 달 8일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해산부터 총선까지의 기간은 16일로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가장 짧다.
‘초단기 결전’에 나선 여야가 감세 공약 경쟁을 벌이면서 재정 지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자민당이 2년간 한시적으로 식료품 소비세를 0%로 낮추겠다고 나선 가운데 야권에서는 식료품 소비세 항구적 폐지, 현금 지급, 교육비 무상화 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현재 중의원(정수 465석)에서 자민당(196석)과 일본유신회(34석)의 연립 여당이 무소속의 힘을 빌려 가까스로 과반 의석(233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여당은 확고한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야권은 견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선심 공약에 목을 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야가 가계 지원을 향한 분배에만 기울어져 있다”며 ‘재정 건전화 목표를 제시할 책임’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8월 기준 흑자 전환(3조 6000억 엔)을 예상했던 2026회계연도 기초 재정수지(PB)가 8000억 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수정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다카이치 내각이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지난해 조성한 추경이 반영된 것으로 총선 공약에 따른 추가 재정 확대가 더해질 경우 지표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에는 이런 우려가 확산하며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급등세(채권 가격 하락)를 보이며 2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일본 초장기 국채 매입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한편 정국 혼란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9명의 정책위원 중 한 명이 ‘해외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 위험이 높다’며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으나 다수의 반대로 부결됐다.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면서 2년물 국채금리가 한때 1.250%까지 올라 1996년 이후 29년 반 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