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양대 축인 업비트와 해시드가 인프라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에 돌입했다. 원화 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블록체인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3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해시드는 각기 다른 방식의 블록체인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해시드 자회사 해시드 오픈 파이낸스는 전날 블록체인 ‘마루’를 공개하며 원화 경제 맞춤형 인프라를 내세웠다. 업비트가 지난해 9월 기와체인을 선보인 지 약 4개월 만이다.
두 블록체인의 대표적 차이점은 수수료 체계다. 업비트의 기와체인은 이더리움 생태계와 호환되는 레이어2(L2) 구조다. 기존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기와체인은 거래가 이뤄질 때 이더리움(ETH)을 가스비(거래수수료)로 사용한다.
반면 해시드 오픈 파이낸스의 마루는 레이어1(L1) 블록체인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OKRW(가칭)를 가스비로 사용한다. 기업과 개발자가 인프라 비용을 원화 기준으로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마루 체인 기반으로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거나 거래를 하려면 반드시 OKRW를 보유해야 한다. 원화 코인 발행 이후 유통과 활용 방안이 과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마루는 가스비라는 필수 영역에 OKRW를 쓰도록 해 명확한 사용처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아직 OKRW의 발행주체나 여기에 해시드가 관여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차이는 양측이 그리는 미래 금융의 청사진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합치면 코인베이스나 서클과의 경쟁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스닥 상장 추진설까지 거론되는 만큼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와 맞닿아 있는 기와체인으로 확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해시드는 원화 코인 기반 블록체인에 자금세탁방지(AML), 고객신원확인(KYC) 등 제도권 친화적 기능을 도입해 전통 금융권의 선택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OKRW를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축 통화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포부도 읽힌다.
개발 조직 규모는 해시드는 자회사를 포함해 약 20명 안팎의 인력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는 기와체인의 구체적 인력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네이버 진영은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원화 코인이 널리 유통되는 구조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며 “해시드는 전통 금융권과 손잡고 발행 단계부터 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