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산업단지에서 일하면 기회와 경험이 차단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다못해 CES라도 가볼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이달 22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난 전북 완주문화산단 근무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지역 산단에 성장의 온기가 돌고 내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청년들이 지방행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장관은 “결국엔 청년이 움직여야 기업도 움직일 수 있다”며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5극 3특 전략을 가다듬기 위해 지방 산단 정주 여건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경연(해커톤)도 열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이날 한국산업단지공단 전북지역본부에서 재생에너지 소부장 기업 대상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5극 3특 전략의 일환으로 중앙정부와 지방 기업이 맺을 특약에 구체적인 지원 사항과 기업의 이전 약속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 특성에 맞춰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산업을 지정한 뒤 해당 기업들이 모일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 대책과 기업 이전 계획을 함께 발표하겠다는 이야기다. 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별로 5극 3특 전략 준비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먼저 준비된 광역권부터 지원 대책을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산업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5극 3특 추진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자치분권 기반의 5극 3특 성장 전략을 통해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3% 이상으로,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을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대전·세종·충남·충북) △서남권(광주·전남)의 5극과 전북·강원·제주 3대 특별자치도를 개별 초광역권으로 구분해 성장 전략을 짠다. 광역권별로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등 행정 거버넌스를 가다듬고 광역교통망을 구축해 60분 생활권을 만들 계획이다. 산업부는 각 광역권의 특성을 고려해 주력 산업을 설정하고 관련 기업이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인재 육성 △규제 완화 △혁신 경제 △재정 지원 △금융 지원 등 5대 분야 지원이 담긴 특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전환을 과감하게 추진해 지역 산업 전체의 경쟁력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김 장관이 22일 전북에 이어 23일 동남권을 찾은 것은 이 같은 5극 3특 전략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과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2월 내 5극 3특 전 지역을 한 차례 돌아본 뒤 연내 두세 번씩 더 찾아 지역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것이 산업부의 계획이다. 김 장관은 “특히 전북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모빌리티·헬스푸드 산업을 중심으로 전략을 잘 짜고 있다”며 “5극 3특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전북 지역에서 만난 기업인과 청년 근로자들은 한목소리로 인재가 내려올 수 있는 여건 조성을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일하다 완주군으로 내려왔다는 한 근로자는 “자기계발을 하고 싶어도 학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너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완주문화산단 반도체 업체에서 팀장급으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근로자는 “중소기업들은 직원의 자기계발이나 문화생활까지 챙겨주기 어렵다”며 “일정 기간 지방 산단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에게 유학이나 연수 기회를 주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방 산단 정주 여건 개선 공모전을 열겠다는 아이디어도 청년 간담회에서 나왔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근로자는 “수요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정책이 행정 편의주의대로 흐르는 것을 많이 봤다”며 “산단 정주 여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자들이 직접 정책 만들 기회를 주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완주문화산단과 군산국가산단에 입주한 기업인들도 인력난 해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자동차 부품 기업 대표는 “주문이 늘어 2공장을 만들었는데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놀릴 판”이라며 “공장 근로자는 겨우 구했지만 물류 관련 인력은 도저히 채용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디스플레이용 화학제품을 만드는 한 회사의 대표는 “저희는 결국 연구 시설은 경기도로 이전한다”며 “석박사급 인력들은 절대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이러다간 경쟁력을 잃을까 봐 연구소만 떼어내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